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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방산업체 ‘사브’ 부스케 대표 “기술자 선호하는 스웨덴, 우리 회사엔 정말 행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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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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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최대 방산업체인 사브(Saab)가 한국 방산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스웨덴은 한국전쟁 때 병원선을 보내고 중립국감독위원회 일원으로 판문점 공동구역에 장교들을 60여 년간 상주시켜왔다. 사브는 전투기를 비롯, 미사일·레이더와 각종 전투 소프트웨어 등을 생산한다.

CEO가 백팩 메는 게 낯설다고?
내 물건 직접 챙기는 게 스웨덴식
한국 잠수함 장비 공급, KFX도 관심

지난해 매출액은 3조7800억원. 한국형전투기(KFX)사업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브의 호간 부스케(53·사진) 대표를 서울 이태원 사무실에서 만났다. 2010년부터 사브를 이끌어온 부스케 대표는 대기업 CEO임에도 백팩을 메고 나왔다. 사브의 관심과 성장전략을 들어봤다.

CEO가 백팩을 메고 다니는 모습이 낯설다.
“내게 필요한 물건은 직접 가지고 다닌다. 그게 스웨덴 문화다. 비서에게 맡기지 않는다. 직장에서의 위계질서는 가급적 피하려고 한다. 직원들이 직언할 때 의사결정이 올바르게 이뤄진다.“
그런 문화가 스웨덴이 세계적인 기술력을 유지하는 비결이라고 볼 수 있나.
“기술자를 선호하는 국민 문화가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다. 우리에겐 정말 행운이다. 스웨덴을 ‘(인구 면에서) 런던 규모의 국가’로 얘기하는데 한정된 자원과 적은 인력으로 비약적인 기술 발전을 이뤄내려면 그러한 바탕이 있어야 했다. 방산 분야가 대표적이다.”
사브는 북유럽 최대 방위산업체인데 사업 투명성은 어떻게 확보하나.
“스웨덴 정부는 중요한 고객이지만 정부가 독점적으로 사브와 계약을 체결하지는 않는다. 국방조달 절차는 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되고 사브도 다른 업체와 동등한 입장으로 참여한다. 다만 전투기나 잠수함과 같은 몇몇 분야는 핵심 방산기술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으며 기술은 정부에 귀속돼 있다.”
계약과정에서 비리가 발생하면 어떻게 대응하나.
“기본적으로 정부의 국방조달 절차는 완전하게 공개되고 투명하다. 입찰의 모든 단계에서 국방 관련 부서, 규제 제도, 정부와 정치권, 언론과 여론의 철저한 감독을 받는다. 엄격한 책임 기준을 준수하라는 요구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예외적인(정직하지 않는) 방식은 운영되지 않는다. 세계 어느 곳에서든 같은 기준으로 운영한다. 비리에 대해선 철저하게 무관용 원칙이 적용된다. 재정적으로도 매우 엄격하다. 이런 행동강령은 스웨덴 군에도 적용되고 파트너(국가)에게도 요구한다.“
주로 어떤 제품을 생산하나.
“자동차와 항공기를 생산해오다 자동차 사업은 90년대에 정리했다. 지금은 항공기 등 하드웨어는 물론 항공 소프트웨어에 매진하고 있다. 마하 2 이상의 속도를 내는 그리펜 E 전투기, 잠수함, 조기경보통제기 등 다양하다. 첨단분야 군사장비를 개발해 생산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민간 보안문제에 대해서도 세계적 수준의 역량을 갖게 됐다.”
사브는 매출액의 절반 이상이 수출에서 발생한다고 들었다.
“지난해 수출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60%를 넘어섰다. 현재 100개국 이상에 방산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서울 지사를 설립한 지 10년 가까이 됐는데 그간의 성과는 어떤 게 있나.
“한국과는 해군에 초계함 함포의 표적을 자동으로 지정해주는 디렉터 장비를 공급하면서 처음 관계를 맺었다. 잠수함 전자전 지원(ESM)안테나, 아서 대포병 레이더 등을 공급했다. STX엔진의 전자통신사업부문과도 협력해 만족한 성과를 내고 있다. 자세히 밝힐 수는 없지만 각종 무기체계의 기초연구에도 동참하고 있다.”

글=김민석 군사안보전문기자, 사진=김춘식 기자 kim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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