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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이광권수상 미 양원합동회의 연설 <요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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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광요 싱가포르수상(62)은 9일 미 상·하 양원합동회의에서 미국의 보호주의물결을 경고하고 자유무역만이 세계의 정치·경제적 안정을 이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미의원들에게 큰 감동을 주어 젱킨즈법안표결을 연기시킨 계기가 된 이수상의 연설내용이다.
2백50만 인구를 가진 제3세계의 한 작은 나라, 싱가포르에서 온 이 사람이 지구상에서 가장 부유하고 가장 발전한 나라의 2억4천만인구를 대표하는 사람들 앞에서 연설할 수 있는 기회란 흔치 않다. 미국은 힘이나 부에 의해서가 아니라 높은 이상에 의해 움직여지기 때문에 위대한 나라다.
최근 미의회에서는 무역문제에 관해 언짢은 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전쟁과 평화라는 기본적인 문제들을 염두에 두고 나는 무역불균형·실업·고가의 달러화와 미국의 적자예산 등에 관해 다시 한번 여러분의 주의를 환기하고자 한다.
50∼60년대에 미국과 서 태평양 국가들간의 무역은 계속 증가해 왔다.
미국은 여러 나라에 투자했고 세계경제성장을 촉진하는 원동력이었다. 60년대 후반부터는 일본이 제2의 원동력으로 부상했다.
아시다시피 동아시아는 고도성장을 이룩했다. 일본에 뒤이어 한국·자유중국, 그리고 70년대 초에는 아세안국가들이 이 성장대열에 합류했다.
이러한 발전은 모택동이후 중공지도자들에게 깊은 감명을 주었고 중공도 이에 따라 영토확장이 아닌 무역을 통해 성장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북한 역시 서방의 시장경제에 눈을 뜨게 되어 한국경제의 쌍형을 만들어 본뜨려하고 있다.
중공의 변신은 아시아의 평화와 안정, 그리고 성장에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l949년부터 모택동이 사망한 1976년까지 약30년동안 중공은 비록 빈곤했지만 이념적 투쟁에 열중하여 다른 여러 나라들의 안정을 침식함으로써 이들의 경제계획에까지 끊임없이 해를 끼쳐온 존재였다.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국가들의 성공은 상당수의 제3세계 나라들로 하여금 그들의 정책을 다시 한번 생각하도록 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국유화 및 독재 등의 사회주의 경제정책에 몰입해있던 제3세계 국가들은 지금에 와서야 그같은 정책이 정체와 부패를 가져왔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에 따라 점점 더 많은 제3세계 국가들이 교역과 투자에 대한 문호를 개방함으로써 그들 국민들이 보다 나은 삶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시장에 「장벽」을 세우는 것은 자유시장 지향적인 개발도상국들의 경제발전을 저해할 것이 분명하다. 이는 또 동아시아 및 동남아시아국가들이 채택하고 있는 경제모델이 더 이상 유용한 선택이 아니라는 신호를 보내게 되는 것이며 세계경제가 곤두박질하는 결과를 초래할 연쇄반응을 촉발시킬 수도 있다.
중공은 미국시장의 상실로 인한 손해를 벌충하기 위해 다른 시장을 개척하려할 것이나 순조롭게 되지 않아 그 결과 중공의 현대화는 지체되고 불안에 휩싸일 것이다.
일본은 두 가지 대안, 즉 소련 및 중공과의 보다 긴밀한 경제관계를 모색하게 될 것이다.
결국 일본은 소련과 중공 중 어느 한나라를 선택해야만 하는데 어느 쪽을 선택하더라도 나머지 아시아국가들에는 「불안한 결과」를 가져다 줄 것이다.
서구와의 교역을 꺼리던 중공과 은둔의 나라 일본으로 하여금 대서구문호개방을 강요한 나라가 미국과 유럽이였다는 사실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중공과 일본은 자급자족하며 바깥세계와는 상관없이 잘 살아가던 동양의 나라였다.
그러나 이제는 일본과 중공이 무역을 위해 거꾸로 미국의 문을 두드리게 되었으니 이 얼마나 전도된 아이러니인가.
현재 미국내 시장보호를 위해 미의회에 상정된 법안은 3백개가 넘는다. 보호무역주의와 보복은 무역을 위축시켜 결과적으로 실업을 증가시킨다.
이제 미국은 지난 40년간 추구해온 평화적이고 건설적인 발전상을 포기하겠다는 말인가. 미국은 실로 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대 공산주의와 통제경제간의 경쟁을 포기하겠다는 말인가.
평화적 방법이 더이상 불가능하게 되면 전통적인 방법, 즉 정복이나 영향력행사 등으로 복귀하게 될지도 모른다.
미국은 관세장벽만으로는 불충분하다고 생각해서 냉전시대에서와 같이 「세계의 경찰관」이 되겠다는 말인가?
보호무역주의는 개발도상국의 무역과 성장을 억제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렇게 되면 외채 갚을 길은 더 어려워진다. 그렇게 되면 이들 국가들은 다양한 정치제도와 보다 많은 민주적 자유에 관한 생각을 버리지 않을 수 없다. 궁핍하고 경제성장을 하지 못하는데서 독재정부가 나오게 되는 것이다.
대부분 아시아국가들은 일본의 수입장벽 철폐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미국상품의 96%가 면세로 쿼터에 제약을 받지 않은 채 싱가포르에 수입되고 있다.
미국은 지난 15년중 14년동안 싱가포르에 대해서 무역흑자를 누려왔다.
그러나 미국이 일본의 수입장벽을 허물어뜨리는 대신 일본상품에 대해 수입관세 등의 장벽을 강화한다면 아시아 각국 또한 2중의 피해를 보게될 것이다. 왜냐하면 미국의 일본상품을 겨냥한 수입장벽은 다른 아시아국가들에도 적용될 것이고 일본이 미국에 수출을 못하게 되면 다른 아시아국가들로부터 그만큼 수입을 줄일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세계의 경치·군사·경제뿐 아니라 기술혁신·생산성제고 등에서도 지도자역할을 해왔다.
미국은 세계 평화와 안정을 위해 세계무역의 순조로운 진행을 지지하고 이를 역행하는 처사에 대해 제재를 가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제2차 세계대전을 유발했던 1930년대의 무역마찰이 되풀이된다면 세계의 모든 국가들은 치명적인 피해를 보게될 것이다. 서방의 모든 선진국들은 이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책임을 져야하며 미국에 그 1차적인 책임이 있다. 미국은 세계자유시장경제의 핵이기 때문이다.
미국을 이끌어 가고 있는 여러분들의 손에 「세계의 미래」가 달려있다. 【워싱턴=장두성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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