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젊은 시절 감동한 영화, 40년 뒤 주인공은 떠나고 미망인을 만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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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발터 사라예보를 보위하다`의 주연배우 바타 지보지노비치의 미망인이 18일 세르비아 대통령궁 주최의 국빈만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베오그라드=신화통신]

젊은 날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감동시킨 한 편의 외국영화가 있었다. 40여년 뒤 시진핑은 국가주석의 신분으로 그 영화를 만든 나라를 찾았다. 청년 시진핑의 가슴을 들끓게 했던 영화 주인공은 한달 전 세상을 떠난 뒤였고 대신 부인이 그를 맞아주었다.

중국 언론에 다르면 18일밤(현지시각)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진행된 국빈만찬장의 화제는 단연 영화 '발터, 사라예보를 보위(保衛)하다(원제 Valter brani Sarajevo)'였다. 토미슬라브 니콜리치 세르비아 대통령은 이 영화 얘기를 꺼내며 주제곡을 소개하자 시 주석은 "나도 알고 있다. 이 영화 엄청 좋아한다. 이 영화는 중국인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고 애국심을 들끓게 했다. 우리의 청년시절 한 시기는 이 영화와 함께했다"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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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작 세르비아 영화 `발터 사라예보를 보위하다`의 포스터. [바이두]

'발터 사라예보를 보위하다'는 세르비아가 유고슬라비아 연방의 일원이던 1972년에 만들어진 영화다. 2차대전 말기인 1944년 나치 독일의 사라예보 침략에 저항하던 청년 유격대원 블라디미르 페리치 발터의 삶을 그렸다. 중국에선 문화대혁명의 와중인 1973년에 상영됐다.

문혁의 격랑 속에 대부분의 영화관이 문을 닫았을 때지만 마오쩌둥(毛澤東)의 전술과도 공통되는 유격전을 그린 영화인데다 조국애를 고취시키는 내용이라 특별 상영 지시가 내려졌다. 3년간 노동개조소에 갇혀 있던 번역요원과 성우들이 풀려나 서둘러 더빙 작업을 마쳤다는 후문도 전해져 온다. 이 영화는 문혁 시기 특별한 오락거리가 없던 중국에서 빅 히트작이 됐고 당시 젊은이라면 누구나 이 영화에 대한 기억을 간직하고 있을 정도가 됐다. 산시(陝西)성 벽촌으로 하방돼 토굴 생활을 하던 20세 청년 시진핑도 예외가 아니었다.

국빈만찬장에는 이 영화의 주연배우였던 바타 지보지노비치의 부인 줄리아나가 시 주석을 기다리고 있었다. 두 사람은 악수를 나누며 반갑게 대화를 나눴다. 바타는 1개월전 지병으로 숨졌다. 줄리아나는 "남편은 일평생 중국과 중국인민을 사랑했다. 시 주석의 방문 소식을 듣고 꼭 만찬에 참가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바타가 숨졌다는 소식에 많은 중국인들이 애도했다"고 소개했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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