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강진을 이렇게 이겨냈다.|내진건축·평소훈련으로 피해 줄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반세기만의 강력한 지진에도 불구하고 일본에서 피해가 극소화 될수 있었던 것은 우선 대부분의 건물들이 내진공법에 의해 지어졌기 때문이며 시민들이 평소의 훈련을 통해 비상사태에 익숙하다는점, 그리고 위험을 유발할수 있는 각종 시설물들이 지진 등의 사태에 자동으로 가장 안전한 상태에서 멈추도록 장치된 점등을 들수있다.
「지진의 나라」일본에서는 이미 수십년전부터 모든 건물의 내진설계가 의무화되어 이번의 강진에서도 붕괴현상을 나타내지 않는등 멕시코의 경우와는 좋은 대조를 이루었다. 특히 호텔이나 아파트등다수인들이 이용하는 대형건물들의 안전성은 소형주택보다 더욱 강조되어 대형참사의 가능성을 없앴다.
오랜 지진에 시달려온 일본의 건물들은 내진설계가 완벽히 돼있기 때문에 지진이 발생해 건물이 흔들리게 되면 붕괴되는 것이 아니라 특수공법으로 그대로 원형을 유지할수 있게 설계됐다.
동경 신쥬꾸 (신숙) 의 한건물 49층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이번 지진때 샹들리에가 크게 흔들리고 탁자위의 술병들이 넘어지고 했지만 한여종업원이 동요하는 고객들을 향해 『이건물은 내진실계가 완벽히 돼있읍니다. 안심하셔도 좋습니다』고 외치자 즉시 안정을 되찾았다.
대형건물들의 관리인들은 평소의 꾸준한 훈련을 통해 이번과 같은 실제 상황에서도 동요하지 않고 침착하게 대처, 흔들리는 물건들을 고정시킨 다음 가스등 연료의 안전밸브를 잠그고 안내방송을 통해 일본어와 영어로 시민주민들을 대피시키는데 여유를 보인 것이다.
이밖에도 일본의 고층건물들은 지진이 발생하는 경우엘리베이터가 자동으로 멈춰운행이 중지되도록 되어있으며 지하철이나 신간선철도의 경우도 자동통보강치를 통행운행을 정지시킬수 있도록 되어있다.
한편 이지진으로 저녁식사를 마치고 TV등을 보던 수도권의 시민들은 일순간 불안에 빠졌고 밖에서 집으로 안부전화를 거는 시민들이 일시에 쇄도, 공중전화가 크게 붐볐다.
또 나리따와 하네다 공항에서는 비행기 이착륙이 40분∼1시간동안 금지되었다. 강진으로 땅에 금이가 선로가 어긋났거나 활주로에 이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었다. 주요 교통수단이 올스톱됨으로써 지하철 정류장과 역은 귀가인파로 밤늦게까지 큰 혼잡을 빚었다.
그러나 각역 당국의 비상사태를 알리는 안내방송과 대피안내, 그리고 평소에 방재훈련을 받아온 동경시민들의 협조로 혼란으로 이한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
동경신숙의 초고층건물 밀집지역에서는 강진으로 잠시소동이 벌어졌다. 52층의 스미또모빌딩 맨위층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있던 외국관광객들은 식사중에 호가백산, 비상계단을 통해 아래층으로 내려가려고 애썼다.
지진이 일어난 밤9시26분은 TV의 저녁뉴스시간이어서 아나운서와 스튜디오의 조명등과 탁자가 심하게 흔들리는 모습이 그대로 생생하게 방영되기도 했다.
한편「나까소네」수상은 이날 저녁 시내 호텔에서 각매스컴사장들과 식사를 하고 관저로 들어오자마자 『아, 지진이다』고 소리쳤다. 그러나 『이 건물은 오래된 것이기 때문에 염려없다』고 태연한 표정을 지었다.
일기상청은 지진의 정도를 경진·약진·중진·강진·열진등 6가지로 분류, 이가운데 강진에 해당하는 지진을 진도5로 표시하고 있다. 이상태가 되면 사람이 똑바로 서있기가 어렵고 일반가옥 피해가 나타나며 낡은 가구들이 넘어진다.
56년전인 1926년의 강진은 진도5, 리히터 지진계에 의한 크기는 6.3 이었고 1923년에 약 10만명의 사망자를 냈던 관동 대지진은 리히터 지진계 측정치가 7.9였다.
일본은 관동대지진이 일어난 다음해인 1924년 목조가옥을 포함한 모든 건물에 대해 내진설계하도록 행정지도를 해왔으며 1959년에는 이를 강화했다. 일본정부 당국이 요구하는 내진설계로는 진도5의 지진에도 아무런 피해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동경=최철주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