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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하락으로 미경제 활기 기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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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불과 10여일 사이에 달러화는 엔화, 마르크화, 프랑화등 주요통화에 대해 평균7%가량이나 떨어졌다.
이번 달러임 급락의 배경은 경제적 측면과 경제외적측면에서 찾아볼수 있다.
경제적측면에서는 달러임의급락은 그동안 지연되어온 달러가치 하락이 일시에 이루어진 것이라 볼수있다.
사실 그동안 달러화는 실제가치보다 30%이상 과대평가되어 왔으며 이는 미국의 국제경쟁력 약화와 무역수지적자의 주원인이 되기도 했다. 달러화는 지난2∼3년동안 줄곧 예상과는 반대로 강세를 유지해 봤다. 다시 말하면 이론적으로는 마땅히 하락해야 하는데도 실제로 외환시장에서는 상승해 온 것이다.
그동안 미국의 금리가 꾸준히 하락해 여타 선진국과의 금리격차가 계속 축소되어왔고 미국의 경상수지적자는 작년에 이어 금년에도 1천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데도 달러가치는 계속 강세를 유지함으로써 마치 외환이론가들을 비웃는 듯 했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3 4분기의 미국경제성장를 추정치가 예상보다 낮은 2.8%에 머무르자 그동안 달러화를 지탱해준 방침 대역할을 한 미국경제에 대한 신뢰마저 흔들리고 있는데다 선진각국들이 적극적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해 달러화가치를 떨어뜨리기로 결정하자 달러화는 더이상 버티지 못하고 무너진 것이라 하겠다.
달러화의 급락이면에는 경제외적인 요인들도 상당히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레이건」행정부는 의회 노조및 업계의 드높은 보호주의 압력 때문에 국내외적으로 매우 난처한 입장에 빠져 있었다. 국내에서는 수입과징금 법안등 각종 보호주의법안들이 맹렬한 기세로 행정부를 압박하고 있는 반면, 국제적으로는 자유경제체제의 보루로서의 미국의 역할을 포기할수도 없는 입장에 놓여있어 무역분쟁을 완화시킬수 있는 탈출구를 찾지 않으면 안될 상황에 처해 있었다.
한마디로 이번 달러화의 급락은 전혀 예상밖의 일은 아니며 어차피 을 것이 온것이라 하겠다. 미국이 아무리 경제대국이라 하더라도 달러화가 영원히 경제론이의 영역밖에서 강세를 지속할수는 없는 것이다. 마치 꼭지 떨어진 사과가 허공에 그대로 머물러 있을수 없는 것처럼.
앞으로도 달러화의 약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달러화는 아직도 20%이상 고평가되어 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엔화에 대한 달러화의약세는 가장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경우에 따라서는 엔 달러환율이 달러부 2백엔대 이하로까지 내려갈수도 있을 것이다. 대일무역적자를 둘러싸고 악화일로에 있는미 일간의 무역마찰을 해소시킬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예증의 평가절상이기 때문이다.
물론 현재와 같은 달러화의 급락세가 그대로 오래 지속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미국경제가 4 4분기에 기력을 되찾아 5%이상의 성장율을 달성하는 경우 미국의 금리가 반등할 가능성이 높고, 그렇게 되면 금년말 내지 내년초에는 달러화가 다시 강세로 돌아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달러화가 떨어져도 우리나라 원화의 대미달러환율에는 큰 변동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현행 바스킷환율 결정방식을 그대로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경우 원화의 대미달러환율은 하락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이루어진 환율조정으로 강화된 우리의 수출경쟁력을 수출신장세의 회복으로 연결시키기 위해서는 원화의 대미달러환율을 다시 내리지 않는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달러화의 하락은 미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될 것으로 기대된다.
금년 상반기중 미국경제가 극히 저조했던 가장 큰 이유는 국내의 구매력이 수입을 통해 해외로 유출된데 있었다. 이제 달러화의 하락으로 미국상품의 가격경쟁력이 어느 정도 회복되면 86년에는 무역수지적자도 다소 줄어들고 경기회복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경기가 회복되고 무역수지가 개선되면 의회와 노조로부터의 보호주의 압력도 다소 누그러지게 될 것이다. 미국의회의 보호주의 법안이 세계무역환경을 경색시키고 있는 커다란 요인이 되고 있음을 감안할때, 달러화의 하락은 세계무역환경의 개선에 적지 않게 기여할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달러화 약세는 세계경제에 플러스효과만을 주지는 않을 것이다. 현재 안정세 혹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유가와 국제원자재가격이 다시 불안해질 가능성도 있다.
산유국들이나 자원수출국들은 달러가치가 떨어지는 만큼 우유나 원자재의 가격을 올리려 할것이기 때문이다.
원화의 대미달러환율이 현수준에서 유지되거나 소폭 내리는 경우 우리나라의 대미수출에는 별로 지장이 없을것 같다. 미국상품에 대해서는 우리수출품의 경쟁력이 다소 약화될 수도 있겠으나, 미국시장에서 우리상품과 경쟁관계에 있는 일본상품이나 유럽상품에 대해서는 오히려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기가 회복되고 보호주의가 완화되는 경우 오히려 대미수출을 늘릴수 있는 소지가 마련될 수도 있을 것이다.
또 그동안 달러화강세의 영향으로 가격경쟁력이 뒤져있던 유럽지역과 일본지역에서는 이번의 달러화약세가 우리상품의 가격경쟁력을 회복시켜 주는 좋은 계기가 될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모처럼 마련된 수출신장세 회복의 기회를 헛되이 놓치지 않도록 지혜를 모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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