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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 연구 16년, 세계 10위권 아라온호 남·북극 연 311일 항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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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4호 4 면

한국의 쇄빙연구선 아라온호. 2009년 건조된 길이 110m, 무게 7500t의 아라온호는 1m 두께의 바다얼음을 깨고 시속 3노트로 전진할 수 있다. [중앙포토]

한국은 극지 연구에 투자를 많이 하는 축에 든다. 극지연구소와 쇄빙선·연구인력 등의 규모로 볼 때 세계 10위권 수준이다. 극지연구의 대표 기관은 극지연구소와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이다. 특히 극지연구소는 200여 명의 연구원 전원이 남·북극 연구만을 전문으로 하고 있다. 한 해 예산만 1200억원에 달한다.


극지연구소가 극지의 과학 연구를 하는 곳이라면 KMI는 극지정책 등 인문사회 분야 연구를 하고 있다. 극지 연구가 순수 과학에서 출발했다가 국가의 정책과 기업의 진출 등 경제 분야로까지 발전해 오고 있는 것과 맥을 같이한다. 이 때문에 KMI의 극지 연구는 북극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남극은 1959년 체결된 남극조약에 따라 학술적인 연구 목적으로만 이용할 수 있다.


한국의 극지 진출의 역사는 30년이 넘었다. 85년 국내 과학자와 산악인들로 구성된 남극관측탐험대가 시작이었다. 영국·미국 등 서구 선진국의 극지 진출 100년 역사와 비교하면 많이 뒤졌지만 남극 탐험을 계기로 한국 극지 연구의 싹이 텄다. 3년 뒤인 88년에는 남아메리카 칠레의 끝과 마주한 남극 킹조지섬에 세종과학기지를 건설했다. 남극 대륙에서 삐져나온 반도에서도 떨어진 남위 62도의 섬 지역이라 남극다운 특성이 덜 나타나는 단점이 있었지만 남극의 해양 생물을 중심으로 연구를 시작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극지 연구가 북극으로까지 확장됐다. 지구온난화로 북극해의 바다 얼음이 빠른 속도로 줄어들면서 본격적인 북극 개발 여론이 일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한국은 2002년 다산과학기지 설립을 신호탄으로 북극 연구를 본격화했다.


강성호 박사 “북극서 북극곰 보기 어려워져”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부설 극지연구소(KOPRI)의 강성호(54) 박사는 한국 극지(極地) 연구의 산증인 중 한 사람이다. 86년 미국 대학원(텍사스A&M) 해양학 석·박사 과정에서 남극의 식물플랑크톤을 연구하면서 남극 해양 환경을 탐사한 이래 최근까지 30년 동안 매년 1~2개월가량을 남극 또는 북극에서 생활했다. 93년 해양과학기술원에 들어가 99년 봄까지 한 해도 빠짐없이 남극 세종과학기지를 찾았다. 99년 여름부터는 중국과 함께 북극해 탐사에 나섰고, 2002년엔 북극 노르웨이령 스발바르군도에 다산과학기지를 설립하는 데 실무자로 참여했다. 2009년부터는 국내 최초의 쇄빙연구선인 아라온호를 타고 (남)극과 (북)극을 오갔다. 96년과 2010년에는 아예 남극 세종과학기지에서 13개월을 지내는 월동연구대의 대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가 지난 30년 동안 극지방에서 보낸 세월을 합하면 총 60개월(5년)에 달한다. 강 박사는 “10여 년 전 첫 북극 탐사를 했을 때만 하더라도 북극해는 여름철에도 온통 얼음이었지만 해가 갈수록 눈에 띄게 해빙(海氷)이 녹아 사라지고 있다”며 “북극해에 얼음이 사라지니 이젠 북극곰을 보기도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북극 다산기지, 남극엔 세종·장보고 기지2009년에는 한국 최초의 쇄빙연구선 아라온호가 건조됐다. 길이 110m, 무게 7500t의 아라온호는 1m 두께의 바다 얼음을 깨고 극지를 항행할 수 있는 쇄빙 성능을 지녀 한국 극지 연구가 한 단계 도약하는 발판이 됐다. 아라온호는 한 달 이상 걸리는 남극~북극을 누비며 매년 평균 311일을 항해하고 있다. 2014년에는 세종 과학기지의 반대편에 한국의 두 번째 남극기지인 장보고 과학기지의 문을 열었다. 남위 74도, 남극 대륙에 위치한 장보고 과학기지는 빙하 연구, 운석·우주과학 연구 등의 남극 연구를 수행해 오고 있다.


한국은 아라온호에 이어 두 번째 쇄빙연구선을 준비 중이다. 2021년 건조될 예정인 이 배는 1만2000t급으로 아라온호보다 4500t 더 크기 때문에 2m 두께의 바다 얼음도 깨고 항해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건조에 1000억원 이상의 예산이 든다. 이렇게 되면 아라온호는 남극, 제2쇄빙선은 북극을 전담하게 될 전망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임진수 부원장은 “한국은 2013년 북극이사회 옵서버가 된 이후 해양수산부 등 7개 정부부처가 참여해 5년 단위의 북극정책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매년 실행계획까지 마련하고 있다”며 “앞으로 북극과 관련한 연구활동 확대는 물론 비즈니스 환경 조성과 국제협력 강화, 국내 제도 개선 등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최정동·김창우·최준호·최경호·정원엽 기자changwoo.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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