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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캐를 아십니까? 10대들과 눈높이 맞춰보세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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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4호 10면

13일 서울 삼성동 샌드박스네트워크 사무실에서 도티가 방송을 준비하고 있다. 전호성 객원기자

23일부터 광주광역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리는 광주 세계 웹콘텐츠 페스티벌에서 가장 주목받는 분야는 역시 1인 창작자들이다. ‘웹꾼, 세상에 포효하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행사에는 대도서관·데이브·도티·양띵 등 국내외 크리에이터 20여 명이 참여해 릴레이 토크부터 멘토링, 오픈 스튜디오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그중에서도 도티(나희선·30)의 입지는 매우 특별하다. 본인이 직접 유튜브 채널 구독자가 90만에 달하는 ‘도티TV’를 운영하는 크리에이터인 동시에 샌드박스네트워크라는 멀티채널네트워크(MCN) 업체를 차렸기 때문이다. MCN은 1인 창작자들과 제휴를 맺어 제작을 지원하고 수익을 나누는 신종 업체다. 창업 1년 만에 크리에이터 75팀(100명)이 합류했다. 이들의 총 유튜브 조회수는 월 2억5000만 뷰, 시청 시간은 13억 분에 달한다. 13일 서울 삼성동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MCN 회사를 차리게 된 계기는. “이필성 대표와는 원래 대학 때부터 가장 친한 친구다. (이 대표는 연세대 경영학과, 나 이사는 연세대 법대 05학번이다.) 크리에이터로 일하던 2014년 구글 한국 지사에서 근무하던 이 대표와 미국 뉴욕으로 떠났다. 세계 최대의 온라인 비디오 콘퍼런스 현장에서 완전히 압도당했다. 드림웍스나 디즈니도 MCN을 인수하는 것을 보고 귀국하자마자 법인을 설립했다.”


-어떤 점이 가장 인상적이었나. “크리에이터들이 번갈아 가며 자기만의 행사를 개최하는데, 한 명 한 명 등장할 때마다 사람들이 구름 떼처럼 몰려들더라. 단순히 유튜브에서 인기를 끄는 사람이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완벽한 문화 리더로 대접받는구나 싶었다.”


-‘마인크래프트’ 게임을 택한 이유는. “원래 하루 종일 할 수 있을 만큼 게임을 좋아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마인크래프트를 한 건 아니었다. 초등학생들이 그 게임에 하도 열광하길래 들여다봤는데 정말 신기했다. 정해진 룰이 없고 A부터 Z까지 직접 창조해 스토리를 유기적으로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하나의 세계가 만들어지면 그 안에서 퀴즈 쇼도 할 수 있고 추격전도 할 수 있다. 이거구나 싶었다. 2013년 10월부터 본격적으로 업로드하기 시작했다.”


-‘어린이의 대통령’이라 불리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TV에는 3040 여성을 위한 드라마나 5060 남성을 위한 뉴스는 줄곧 나오지만 10대를 위한 콘텐트가 없다. 그들에게 제일 재미있고 눈높이에 맞는 콘텐트가 있는 곳이 유튜브다.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맞추려면 그들의 관심사를 알고 공감해야 한다. 일방적으로 내 이야기를 던지면 소통이 되지 않는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페이스북 대신 카카오스토리를 주로 한다. 10대들이 거기서 놀기 때문이다. 30대 이상은 ‘자캐’라는 단어를 모른다. 그들은 자신을 상징하는 캐릭터(자캐)를 만들어 친구들과 소통한다. 사진을 보기 좋게 고쳐주는 사진보정계, 웹페이지에 재미있고 짧은 동영상을 넣어주는 짤방계 활동도 한다. 옆에서 지켜보지 않으면 기성세대들은 이런 문화를 절대 모를 수밖에 없다.”


-아직 2030 유입이 더디다. “게임은 주류 미디어에서 가장 소화하지 못하는 영역이다. 그게 유튜브를 가장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10대 취향과 맞아떨어진 거고. 해외에서도 게임 크리에이터가 가장 먼저 뜨기 시작했다. 시장이 성숙하면 다양한 분야가 뒤따라오는 모양새다. 북미권에서는 코미디나 음악 등도 인기가 많고, 일본에서는 대신맨처럼 뭔가를 해결해 주거나 실험하는 영상들이 많이 나온다. 한국도 전통 프로덕션들이 계속 뛰어들고 있는 만큼 차차 시청 연령대가 높아질 것이다.”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조언을 건넨다면.“게임만 잘하면 게임 크리에이터를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기획하고, 촬영하고, 편집하고, 업로드하는 데 깨알 같은 노력이 필요하다. 모든 걸 혼자 하다 보니 굉장히 고되고 외로운 직업이다. 그게 MCN 회사를 차린 이유이기도 하다. 크루와 함께 방송을 하고 협업을 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다행히 한때 불고 사라진 사용자제작콘텐트(UCC) 열풍과 달리 지금은 내가 만든 콘텐트에 대해 정당한 가치를 확보할 수 있는 생태계가 마련됐다. MCN은 말 그대로 네트워크가 제대로 연결돼야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앞으로 샌드박스만의 독특한 문화를 만들어 나가도록 노력할 것이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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