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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문화마당<3>|「한산대첩」을 풀장서 되살린다|MBC 조선왕조500년 『임진왜란』녹화현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남해바다 섬들 사이로 돌연 이순신장군의 거북선 4척이 나타나 왜선을 쳐부수기 시작했다. 다름아닌 TV의 임진왜란 촬영장면. 지난달 26일하오2시30분 경기도양주군주내면삼숭리에 위치한MBCTV의 대하드라머『조선왕조 오백년』의 제5화「임신왜란」편 촬영현장에서 벌어진 임진왜란의 재현장면이다.
가로30m, 세로25m 크기의 인조풀에는 거북선 4척과 조선병선 20척, 왜선23척이 한창 뜨거운 해전을 벌이고있었다. 풀안의 물은 물이들지않는 특수도료 10여부대를 뿌려 수심30m의 바닷물색깔을 나타냈다.
구름 한점없이 드높고 푸른 1985년의 가을하늘과는 달리 회색구름이 낮게 드리워진 조선시대의 하늘을 배경으로 이순신장군이 이끄는 조선함대는 당포에 왜선23척이 정박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출전준비가 한창이다. 이를 발단으로 한산대첩이 펼쳐지는 것이다.
당시의 하늘은 높이11m, 폭 33m크기의 대형스크린(호리촌트) 이 맡았다. 먹구름이 한바탕 비를 뿌릴 듯한 기세로 입체감을 살린 이 그림은 일본인 「후지다」씨가 1주일동안 분사기로 뿜어 완성했다.
이윽고 『큐』 소리와 함께 촬영이 시작됐다. 『1번 당겨』『2번 땅겨!』…. 연출가 이병훈씨의 외침에 따라 6명의 스태프들이 밧줄로 거북선과 배를 당긴다. 밧줄로는 풀장 물색깔과 비슷한 나일론줄을 사용한다.
이번 특수촬영을 위해 제작지원을 나온 일본인 감독「야지마」씨는 원격조종장치로 열심히 거북선과 배들의 노를 젓게 하고 있다. 1분동안에 5∼80회씩 움직인다.
이번에 만들어진 모형배는 거북선5척을 포함하여 총2백31척. 그중 노를 저어 움직일수있는게 27척이다. 좁은 풀안에, 모형배를 띄워 원근감을 나타내야 하기때문에 그 크기가 10cm정도에서 3m정도까지 여러종류다.
이많은 배들은 영화미니어처 제작 경력30년인 김계준씨(59)를 비롯한 30여명이 한달동안 만들어냈다.
풀장 북쪽 끝에는 당시의 지형을 나타내는 섬5곳과 돌섬 3곳등 이동이 가능한 육지구조물이 설치돼 있다.
바다물결은 한쪽구석에 설치된 모터펌프가 맡고, 대형선풍기는 배의 깃발·화약연기등을 실감나게 날린다.
경복궁도 불타기이전의 모습으로 35평정도의 무대에 고증을 거쳐 재현됐다.
미니어처제작경력 30여년째인 송백규씨 (59)를 비롯, 20여명이 한달동안 목재·플래스틱기와로 만들어낸 경복궁과 성채등은 대화재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다음주초에 또다시 불타 없어진다.
모두 28명의 제작팀들이 어우러져 한창 해전을 촬영하고 있는데 『아니, 호리촌트에 웬 잠자리가…』라는 카메라맨의 외침에 촬영이 일시 중단됐다. 이어 호리촌트 한가운데에 앉아있는 잠자리를 장대로 좇느라 10여분을 소모하는 해프닝을 벌였다.
현재 방영중인「풍난」에 이어 오는 14일부터 이어질「임진왜란」편은 선조시대 41년간의 풍상과 옥신난을 전후한 국난극복시대의 인물행적및 시대사를 새롭게 조명할 방침이다. 종전의 이순신장군 (김무생분) 을 중심으로한 이야기에서 일본에 포로로 끌려가 학문을 퍼뜨린유학자 강항(임채무분)과『홍길동전』을 지은 허균(김주영분)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부각시킨다. 이와함께 전쟁으로 인한 백성들의 어려운 생활및 이를 극복해 나가기 위한 조정의 혁신운동이 밀도있게 전개된다. <양재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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