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균제 연간 시장 규모 10억 불과한데 피해 신고 2339명, 그중 464명은 숨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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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사용 인구 800만 명, 잠재적 피해자 227만 명. 2014년 질병관리본부 폐손상조사위원회에서 발간한 백서에 나온 수치다. 1994년 처음 출시돼 2011년 판매 중단된 가습기 살균제는 연간 60만 개씩 총 960만 개 정도가 시중에 유통됐다. 연간 시장 규모는 10억원(공정거래위원회 추산)에 불과하지만 피해가 적지 않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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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와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3년 7월부터 올해 5월 31일까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로 신고한 사람은 총 2339명이고 이 중 사망자는 464명이다. 10명 중 2명이 숨진 셈이다. 1, 2차 피해자 중 가족 모두가 피해를 당한 경우도 50여 가구에 달한다.

소비자 고통에 무책임한 기업
“옥시, 안전 검증 안 됐다는 경고 무시”

하지만 엄청난 피해에도 불구하고 기업은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했다. 가장 많은 피해자를 낳은 옥시레킷벤키저는 2011년 가습기 살균제가 사망 원인이 됐다는 정부의 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이를 반박하기 위해 대학에 독성실험을 의뢰했다.

여기에서도 ‘가습기 살균제에 유해성이 있고 추가 실험이 필요하다’는 결과가 나오자 옥시는 이를 은폐하고 유리한 결과만 짜깁기 한 결과를 검찰에 제출했다. 또 같은 해 12월 옥시는 주식회사 옥시레킷벤키저를 해산하고 유한회사 레킷벤키저를 세웠다. 차후에 닥칠 손해배상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의혹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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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들의 고통도 외면했다. 검찰에 따르면 옥시는 소비자가 고객상담 게시판에 가습기 살균제의 부작용, 이로 인한 통증을 호소하는 글을 올렸으나 이를 검찰 수사 전에 무더기로 삭제했다. 옥시는 아직까지도 “해당 제품(살균제)과 질병의 인과관계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고 법정에서 진실이 가려질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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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흥식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옥시에서 살균제를 개발한 사람들은 ‘가습기 살균제 흡입 시 안전성 검토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호주 법인의 경고를 무시하고 제품을 생산했다”며 “이윤에만 눈이 멀어 경고를 받았는데도 안전성을 검토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채윤경·정진우·윤정민·송승환 기자 p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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