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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평양서 …「기약없는 이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이산가족들의 상봉은 쌓였던 회한을 풀고 혈육의정을 마음껏 나누기에는 너무나 짧은 시간이었다.
남북한의 고향방문단 예술공연단일행 각1백51명은 3박4일간의 상대방지역 방문을 마치고 23일상오 각기 자기측 지역으로 귀환했다.

<관계기사 3,11면>평양에 간 우리측 김상협한적총재를 비롯한 일행은 이날 상오8시2O분 기차편으로 평양을 출발, 낮12시 판문점을 거쳐 남쪽으로 돌아왔다.
서울에 온 북한측 손성필북적위원장등 일행은 상오10시2O분 숙소인 워커힐쉐라톤호텔을 떠나 낮12시 판문점에서 서울측대표단과 엇갈려 북측 지역으로 돌아갔다.
이번 교환방문에서 우리측고향방문단 50명중 35명이 평양에서 혈육들을 상봉했으며, 서울에 온 북한측 고향방문단 50명중 30명이 가족상봉을 했다.
남북한의 예술공연단은 21,22일 각 한차례씩 두 번 공연했다.
북한측은 가족상봉에 있어▲평양에서는 합의된 10분간씩의 공개상면을 한때 이행치 않았고▲서울에서는 1차상봉에서 30명이 가족상봉을하기로 했다가 돌연 15명선으로 제한하는등 비협조적인자세를 드러냈다.
이날 각기 자기지역으로 떠나기에 앞서 이영덕한적부총재는 워커힐 쉐라톤호텔로 손성필북적위원장을, 이종률북적부위원장은 고려호텔로 김상협한적총재를 각각 방문해 환송인사를 했으며 판문점까지 안내 동행했다.
상오11시40분 판문점에 도착한 김총재와 손위원장은 중립국감독위 휴게실에서 만나 작별인사를 나눈뒤 각각 서울과 평양으로 발길을 나누었다.
김총재는 서울로 들어오기에 앞서 판문점경내 우리측 평화의 집에서 귀환인사를 발표, 『분단4O년만에 처음 이루어진 이번 방문에서 가족을 상봉한 사람의 수는 적기는 했으나 1천만 남북이산가족 재회사업의 첫 출발로 상징적 의미가 크다』 고 말하고 『우리는 그 성과를 잘간직하고 더욱 발전시켜 나가야 할것』 이라고 말했다.
김총재는 이날 하오 언론회관에서 내 외신기자회견을 갖고 우리측의 평양방문성과와 이산가족재회사업추진에 관한 입장등을 밝혔다.

<평양>
평양을 찾은 우리측 고향방문단일행중 21일에 가족상봉을 하지못했던 30명 가운데 민경억씨 (75) 등 15영이 일요일인 22일 상오9시부터 10시30분까지 1시간30분동안 숙소인 고려호텔에서40년간 헤어졌던 가족들을 만났다.
북측의 무성의로 평양방문사흘만에 비로소 상봉이 이루어진 열다섯 가족들은 순서에 따라 5분정도씩 공개장소에서 만난뒤 각각 별실로 옮겨 한테이블에 한가족씩 앉아 헤어진후 쌓였던 이야기를 나누었다.
북측 상봉자들은 대화에서 여전히 「위대한 수령」 을 되풀이했고 『먹고 사는것은 걱정없다』 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
상봉장인 고려호텔 3층 로비는 21일처럼 3백여명의 북측안내원과 기자들이 몰려 혼잡을 빚었으나 전날처럼 밀고 밀리는 수라장은 아니었으며 북측안내원의 취재방해는 여전했고 상봉자들에 대한 질문을 가로채기도 했다.
감격의 상봉을 이룬 15가족들은 이날 낮 12시30분부터 숙소인 고려호텔 4층 소식당에서 오랜만에 가족끼리 단란한 식사를 나눴다.
이날 15개의 테이블에 마주앉은 상봉가족및 친척들은 그동안의 안부를 묻고 함께오지못한 가족 친지의 소식을 전했다.
두아들과 만난 민경억씨는 목이 메는듯 음식도 제대로 들지못한채 아들의 모습만 바라보고 있었다.
아들종원(48) 두원(40)형제는 『아버님, 35년동안 떨어져있느라 환갑·진갑도 못차려드렸는데 저희들의 술한잔받으십시오』라고 말하며 각각 유리잔에 술을 한잔씩 따라 민씨에게 권했으며 민씨도 두형제의 잔에 술을 부어주고 함께 「상봉의 건배」를 했다.
이날 상봉가족·친척들은 준비해온 선물을 교환한뒤 로비에서 한동안 대화를 나누었으나 다시 아쉬운채 작별을 고하지 않을수 없었다.
북의 가족들은 선물을 들고 쓸쓸히 호텔밖으로 사라져 갔다.

<서울>
21일에 이어 22일상오 또15가족의 상봉이 이루어졌다. 이와함께 21일 만났던 15가족도 함께 재상봉해 모두 3O가족이 재회의 기쁨을 나누었다.
공개된 장소에서는 만나지 않겠다는 북의 차가운 고집으로 첫날 상봉장을 떠나야했던 남쪽의 가족들은 양측실무진의 밤을 새운 절충으로 일단 북측숙소인 워커힐쉐라튼호텔 해바라기홀에서 공개상봉을 한뒤 개별객실로 옮긴다는 합의에 따라 북에서온 혈육을 만날수 있었다.
또한번 기다림의 밤을 꼬박 새우다시피한 남쪽의 가족들은 이날 상오10시10분 해바라기홀에 먼저 나와 한 테이블에서 한명씩 앉아 기다리던 북쪽 가족들을 만나 울고 웃기를 되풀이했다.
북에서는 남에서, 남에서는 북에서 모시고 있는줄로 알았던 부모님을 아무도 모시지 않음을 확인하고는 오열하는 형제가 있었고 「인민군에 남편을 앗긴 누나」 가 북의「인민배우동생」 을 안고 한동안 말을 잃기도했다.
자리를 옮겨가며 1시간30분동안의 상봉이 끝난후 이들 가족들은 호텔신라에서 점심을 같이했다.
한편 21일 먼저 상봉했던 15가족은 22일 별도의 호텔객실에서 가족끼리 만나 재차상봉의 기쁨을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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