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국가적 큰일엔 손발 맞추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노태우민정당대표는 무척 바빴다. 가락동 민정당연수원에서열린 의원 세미나에 참석하면서도 연신 대책회의를 주재하랴, 보고를 받으랴 틈이 안났다.
본사가 창간20주년을 맞아 기획한 여·야대표 특별회견을 l7일하오2시에 약속하고도 30분이지나 황급히 나타났다.
1시간밖에 시간이 없다고 측근이 귀띔한다.
집권후반기 격동하는 정치여울의 한 가운데 선 노대표의 위치와 역할을 상징하는 것인지 모른다.
-최우석편집국장 대리=몹시바쁘신 것 같습니다. 노대표 바쁘신걸 보니 무슨 긴박한 일이라도 있읍니까.
▲노태우대표의원=그런거 없읍니다. 오늘은 정치 이야기말고 무슨 재미난 이야기나 하지요.
-최=군에 계시다가 정치를 하시니 어떻습니까.
옛날 어떤분이 군에서 나와 정치를 하면서 정치가 이상대로 안되니까 이상을 추구하지만 정치는 현실이니 『이상6, 현실4의 비율로 할수밖에 없다』고 했다는데 노대표는 어떻습니까.
▲노=정치를 숫자로 비교해서 말할수는 없을것 입니다.
다 나름대로 개성과 철학이있는 것이고,또 주위여건이나 입장이 다른 것 아닙니까.
또 군과 정치를 비교해 말하자면 경세의 침원이나 어떤목표를 향해 다양한 조직체를 춤직여 간다는 점 등에선 공통점이 많다고 봅니다.

<공감얻도록 노력>
-최=요즘 정치가 어떤 큰목표나 전략위에서 돌아가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많은 사람들의 우려대로 소모전을 하고있는지 갈 판단이 안갑니다.
국가발전을 위해 유용하게 써야 할 에너지를 비생산적으로 쓰고있지 않느냐는 의견들이 많은것 같습니다.
▲노=시각에 따라 견해가 각양각색이겠죠. 특히 언론이 온갖 양상을 만들어 내는것 아닙니까 (웃음). 국민을 불안케도 하고 안심시키기도 하고.
-최=언론은 무엇을 만들어내는것이 아니고 있는 그대로를 비추는것 아니겠읍니까.
▲노=그것은 원론이지요. 실제로는 요즘 상황에 언론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것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우려는 정치를 펼쳐갈 목표나 일정을 잡아 놓고 그런 방향으로 노력하고 있읍니다.
알다시피 7O년대의 고도성장은 여러가지 업적과 아울러 불균형 부조화를 낳았고 그로 인해 정치 분야를 위시한 각 방면에 갈등과 부조리를 퍼져나가게 하지 않았읍니까.
이같은 고도성장의 여러 주름을 펴고 국민들이 바라는 바람직스러운 형태로 조화 발전시켜나가자는 것이 「개혁의지」라고 표현될수 있읍니다.
국민적 에너지를 발화시켜 제2의 도약을 이룩하고 그 추진력으로 조국의 선진화를 지향한다는 것이지요. 공화당때「민족중흥」 이라는 말을 썼는데 제5공화국에 와선 「선진조국의 창조」를 내걸었읍니다.
정치적으로는 민주주의의 토착화를 이룩해아겠고 그 실천 방안으로서 이땅의 국민들이 그토록 열망하면서도 한번도 해보지 못한 평화적 정권교체를 한번 실현해보겠다는것입니다. 이 평화적 정권교체의 실현을 위해 모든 노력을 경주할 것입니다.
또 86아시안게임,88올림픽은 단순한 스포츠 차원이 아니라 우리의 모든 분야를 선진화시키는 일대 전기가 될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이런 국가적인 큰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여야는 대국적 견지에서 대화를 통해 조화를 모색하고 보조를 맞추어 나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최=문제는 여야가 어떤 선에서 조화를 이루어 나가느냐는것 아니겠읍니까.
▲노=물론 문제는 있습니다. 운동권 학생들의 소요, 좌경의식화 경향,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재야권의 극렬 행위등에서 오는 부작용이 우리 앞길에 상당한 변수가 될것이라고 예상은 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목표나 방향은 대의명분이 있는 것이고 또 국민적 공감을 얻을수 있도록 노력을 경주한다면 그러한 부작용은 이겨낼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민정당은 강력한 호헌의지를, 신민당은 개헌관철을 주장하고 있는데 접근이 가능하겠읍니까.
▲노=그러니 대화를 해야지요.
-최=자신들의 방침을 확고히 정해놓고 이를 이해하라고 한다면 대화가 어렵지 않겠읍니까.
▲노=정권을 다투는 여야간에 있어『정권욕심은 내지말라』 든가 『정권을 무조건 내놓으라』 고는 요구할수도 없을뿐더러 들어줄리도 없지않습니까. 헌법에 관해서도 야당의 직선제 개헌안은 그들의 소망이고 정책이니까 언제든지 주장할수 있다고 봅니다. 또 우리도 이 헌법을 수십년, 영구히지키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5공화국의 헌법은 그동안의 우리 헌정사에서 나타난 여러 교훈을 모두 수렴해서 만들어 국민투표에서 확정된것이고 지난 총선을 통해 다시 확인을 받았읍니다.
이렇게 민주주의를 토착화시키자는 국민의 의지를 담은 헌법을 야권에서 강하게 바꾸자고 소리친다고『그럴까』하고 흔들릴 수 는 없는 것입니다.
-최=서로가 옳다, 민의라고 주장하며 평행선을 긋는다면 한번 국민투표를 해보는 것도 방법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더군요.
▲노=전혀 그럴 필요성은 안느낍니다.
-최=확고부동하시군요.
▲노=그래야죠. 책임 없는 사람은 무슨 소리도 할수 있으나 책임을 지고 있는 정부-야당은 약속되어 있는 일정을 소중히 해야합니다. 약속을 헌신짝 버리듯이 가볍게 여기면 국민들이 불안해서 못견뎌요.
-최=민정당이나 신민당이나 모두 같은 보수우익 정당으로서 기본이념은 다를수 없을 것 같은데 여러가지로 충돌이 너무 잦지 않읍니까.
▲노=저쪽이 근본적으로 뿌리가 약하기 때문이죠. 국가민족의 발전이라는 대국적 견지에서 좀 더 잘할수 있을텐데 안타깝습니다.
-최=저쪽은 저쪽대로 안타깝다는 말을 자주 하던데요.
▲노=정권을 담당하고 있지 않으니까 그렇겠지요.
-최=최근들어 체제도전이나 부인 주장까지 나오는 모양인데 보수양당이 그런 체제도전에 공동 대응하는 자세도 필요하지 않겠읍니까.
▲노=좋은 말씀입니다. 언제든지 그렇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읍니다.
-최=신민당과 함께 새로운 보수합동으로 대처한다든지 하는 구상은 없으십니까.
▲노=언제든지 공동으로 대처하자는 제안을 내놓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문제가 있습니다. 저쪽은 겉으로는 보수야당이기만 실상을 보면 운동권 학생들의 지원을 받아 국회의원이 된 사람도 적지않고. 그래서 일부 야당의원들이 운동권 학생들에 대해 착각을 하는것 같습니다. 보기엔 보수성향을 띄고 있는 듯 하나 내부는 꼭 그렇지 않습니다. 이런 점이 어느 정도 정리가 돼야 공동대처방법도 나올 수 있겠죠.

<88대회 선진전기>
-최=야당의 의견을 위시한 잡다한 세력과 견해를 포용하여 소망스러운 국가목표로 끌고가는게 정치가 아니겠읍니까.
▲노=물론 포용을 해야하고 포용을 하려고 노력을 많이 합니다. 그러나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정도가 심합니다. 포용이나 인내에도 한계가 있는것입니다. 상의를 벗으면 와이셔츠를 벗으라하고 그다음은 내의를 이렇게 해서 마지막까지 다벗으라 합니다. 다시말해 호양의 정신이 깃들지 않은, 보수정당이라면 그럴수가 없는 요구까지 해옵니다.
국민들의 눈에는 민정당이 들어줄수 있는것도 안들어주는 인색한 정당이라고 비치는 면도 있는줄 알고 있으나 하나하나 속을 들여다보면 대부분 이렇습니다.
-최=민정당은 일도 잘하고 업적도 많은데 국민들에게 제대로 평가를 받고있지 못하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 원인은 무어라고 생각하십니까.
▲노=그런 말을 많이 듣고 있읍니다.
당에 들어와 의원이나 당원들과 얘기를 나눠보니 그런걸 공통적으로 느끼고 있어요.
그 첫째 원인은 국민들과의 진지한 대화가 부족했다는데 있다고 봅니다. 두번째는 국민들의 어려움을 같이 고민해야하는데「괜찮겠지」하고 안주해온게 아닌가하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국민들 눈에 밉게 보일수도 있었겠지요.
-최=미운게 아니라 안타까운거 아니겠읍니까.
▲노=그런차원에서 많이 반성하고 노력해 가야지요. 이번 의원 세미나도 그런 절실한 노력의 하나가 아니겠읍니까.
-최=최근 민정당이 자기혁신을 들고 나왔는데 특별한 계기가 있는 것입니까.
▲노=선거를 치르고 나면 개인은 개인대로, 조직은 조직대로 총점검이랄까 총결산을 해야합니다. 개선할 것은 개선하고 계승 발전시킬 것은 계승 발전시켜야 하는데 그런 차원에서 시도한 것이 자기혁신입니다.
-최=요새「큰 정치」가 없다는 말이 많은데 거기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노=언론이 자꾸 그러는 것 아닙니까. 큰 정치가 따로 있으면 가르쳐 주십시오 (웃음).
-최=실제로는 「큰 정치」를 하고 있는데 언론이 잘못 비추고 있다는 얘기입니까.
▲노=언론은 생리상 변화를 추구하고 있는 것 같아요.
시국이 잠잠하면 변화를 구하고 변화가 있으면 좀더 재미 있는 변화를 요구합니다. 이무한한 욕구에 정치하는 사람은 쫓기고 욕구불만의 표정을 읽어가면서 하는게 정치 현실입니다.
-최=지금 급변하는 세상에서 우리가 할일이 참 많지않습니까. 21세기도 준비해야 하고, 경제도 나아져야 하고, 격동하는 세계정세에도 대처해야하고 .이럴때 정말 국민적 에너지를 생산적으로 써야 하는데 자꾸 엉뚱한데서 허위적 거리는것 같으니 안타깝기도 하고, 그걸 정치하는 쪽에서 적극적으로 풀어야하지 않느냐는 욕구 아니겠읍니까.
▲노=정치 경제 언론 할 것 없이 나라의 이해관계가 결부된 문제는 같이 보조를 취해주어 「다른것」을 초월하는 자세가 되어야하는데 안타깝게도 그렇지 못합니다.
개인의 특수목적을 위해서는 나라체면도 서슴없이 무너뜨릴수 있다는 현실이 예사로 나타나고 있으니 불행한 일입니다.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하게 됐을때나 북한이 국회회담을 하자고 했을 때, 나라체면이 있으니 국회를 빨리 구성하자고 했지만 야당은 듣지 않았읍니다.
나라의 체면을 생각한다면 절대 그럴수 없는 것이지요. 86, 88대회를 앞두고 세계가 지켜보고 있으니 또 『아무런 행동을 하더라도 정부-여당이 어떻게 할수없겠지』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나라를 위태롭게 하는 사고방식이고 큰 불행을 초래할 것입니다. 그렇게 되지 않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최=그런 말씀으로 미루어 이번 정기국회는 「강행돌파」 방침이라고 해석해도 되겠읍니까.
▲노=그렇게는 원하지 않습니다. 피차가 룰만 지키면 주장은 얼마든지 할수 있고 또 경직화된 국회, 파행 국회와 같은 불행스런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최=야당에서는 학원법이 다시 나오면 국회가 시끄러워질 것이라고 말하고 있던데요.
▲노=국민적인 공감대가 이룩되고 동의된 상태에서 통과된다면 무리가 없겠지요. 학원법은 궁극적으로 선량한 학생들과 학부모를 위한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이해가 되리라 봅니다. 다만 아직까지는 이해못하는 상태가 상존하고 있습니다. 이해되면 별 문제가 없습니다. 지난번 대통령께서 취하신 조치도 이런 차원에서 나온것이지요.
-최=언제까지 이해시키는 노력을 계속할 것입니까.
▲노=솔직한 얘기지만 학생데모를 선동하는 극렬 재야권에 있는 사람들의 의견을 국민의 의견이라고 볼수 있습니까. 그런 사람 모두 설득하자면 몇년이 걸릴지도 모릅니다. 그러다가 사태가 터져 수천명 수만명의 학생들이 교도소로 가고 피해를 본다면 누가 책임지겠읍니까.
재야도 책임지지 않을것이고 그땐 언론도 『왜 이렇게 되도록 내버려두었느냐』며 우리를 매질 할 것입니다.
-최=언론에 유감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 요즘 경제는 어떻습니까.
▲노=어렵죠. 그러나 극복해 나가야죠.
-최=70년대는 정치적 불만을 경제적으로 많이 해소해 나갔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경제적 어려움을 정치 문화적으로 풀어나가야 할 실정인데 그런 다양한 욕구에 대해 정치쪽의 수용태세가 미흡하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다원화된 욕구를 미처 소화 못하는데서 여러 가지 일이 일어나고 있지 않습니까.
▲노=욕구불만이 다양화됐다는 점에 공감합니다. 더구나 경제적 어려움이 정치에 압력이 되고 있읍니다.
결국 정치적인 것은 정치 역량으로 풀고 경제적인 문제는 경제적으로 풀어나가야 하겠지요. 그러나 정치나 경제 사회문제가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 상황에서 같이 나타나기 때문에 종합적으로대처해야할것입니다.

<과욕은 금물이다>
경제는 제5공화국들어 꾸준히 추진해온 「안정바탕위의 성장」 을 계속 추구하면서 시급한 고용문제와 경제활력의 고취에 힘쓰겠습니다. 지금은 세계경기가 나쁘니 지혜롭게 대처해야지 너무 욕심내면 안됩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87년부터는 세계경기가 호황이 되리라는 전망과 함께 우리에게 경제의 활력소가 될수 있는 카드가 있다는거죠. 바로 86아시안게임 88올림픽입니다. 수출뿐 아니라 우리경제 전반에 전기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아울러 국민들이 피부로 느낄수 있도록 외채절감 소비절약 운동을 추진해 나가겠읍니다.
-최=88년의 평화적 정권교체와 관련해서 후계자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노대표에 대해선 국민들의 주목과 기대와 함께 너무 신중하지 않느냐는 얘기도 있더군요.
▲노=지어낸 말이겠죠(웃음).아무 얘기에나 「국민」이름을 붙이지 마십시오. 후계자라는 말안쓰기로 했잖아요.
-최=그럼 후보자입니까.
▲노=그런 시각으로 보지않기를 바랍니다. 해야할 일이 많은 집권 여당으로서는 누가 후보가 될지는 정치일정에 따라 87년 전당대회에서 선출돼도 늦지 않다고 봅니다.
우리 정치의 특수성에서 볼 때 이 시점에서는 「통치권의 누수현상」이 일어나서는 안됩니다. 그러면 정치 발전이나 국가안정에 위험합니다.
-최=역시 신중하고 우회적이십니다. 어려운 정국을 풀어가는데 노대표가 좀더 능동적역할을 해야하지 않느냐는 바람이 많은것 같던데요.
▲노=그 바람에 대해선 본인에 대한 편달의 말씀으로 받아들이고 열심히 배우겠읍니다.
-최=요즘 무슨책을 주로 보십니까.
▲노=요즘은 틈이 없긴 하지만 고전과 역사관계 서적을 몇권곁에 놔두고 있읍니다 앞으로 시간이 있으면 경제서적을 좀보았으면 합니다.
-최=취임당시 대화를 강조하셨는데 야당과의 대화에서 신뢰를 갖고 정치할수 있겠다고 느껴지시는지요. 두김씨와 이민우 신민당총재를 포함해서요.
▲노=성의를 다하는거죠.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말도 있지않습니까.
-최=오랜 시간 감사합니다. <정리=안희창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