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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주인공 모글리만 빼고 100% CG ‘디지털 정글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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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정글북’의 한 장면. 주인공 모글리(닐 세티)만 빼고 나면 전부 디지털의 산물이다. [사진 디즈니]

디즈니 영화 ‘정글북’이 지난 주말 개봉과 함께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지난 4월 북미 개봉 후 전 세계에서 9억1063만 달러(약 1조731억원)라는 경이로운 흥행수입을 올리고 있는 실사영화다. 1894년 영국 소설가 러디어드 키플링의 동명 소설이 원작. 1967년에 디즈니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바 있다. 정글의 늑대 무리에서 자란 소년 모글리(닐 세티)의 모험담이 CG(컴퓨터그래픽) 등 뛰어난 시각 효과와 만나 아름다운 영상 체험을 선사한다. 동물 CG 등에서 그간 디즈니의 역량이 총집결됐다는 평도 받는다.

인도서 찍은 정글 사진 10만 장 바탕
이끼·나무·강·동물 등 손으로 그려
인형극 배우 동원, 주인공과 실사 촬영
4월 개봉 이후 전 세계서 1조원 수입

무엇보다 놀라운 건 우거진 숲과 맑은 강물이 있는 아름다운 정글부터 모글리가 만나는 동물 친구들이 모두 100% CG라는 사실이다. 실사영화지만, 주인공 모글리만 빼면 전부 디지털의 산물인 셈이다.

실제 정글에서 촬영하고 동물 캐릭터만 CG로 덧붙인 식이 아닌, 완전한 ‘디지털 정글’을 만든 것이다. 존 파브로 감독은 “관객이 가짜로 느낄 만한 모든 요소를 없애 리얼리티를 극대화하겠다는 목표로 작업했다”고 말했다.

70여 종의 살아움직이는 듯한 동물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제작진은 다큐멘터리와 책, 사진, 전문가의 의견을 참고해 각 동물의 특성을 연구했다. 디지털 캐릭터 구현을 위해 모션 캡쳐 기법을 사용했고, 여기에 제임스 카메론 감독 등이 공동 설립한 시각효과 스튜디오 디지털도메인(Digital Domain), 유명 모션 캡처 배우 앤디 서키스가 이끄는 디지털 그래픽 스튜디오 웨타(WETA) 등이 참여했다. 모션 캡처 전문 연기자들이 동물 캐릭터를 대신해 연기하면,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디지털 캐릭터를 만들어낸 것이다.

동물 각각의 미묘한 개성을 살리는 건 ‘아바타’ ‘라이프 오브 파이’ 등에서 작업했던 시각효과팀의 몫이었다. 호랑이 털이 한 올 한 올 다 보일 것 같았던 ‘라이프 오브 파이’에서 더 나아가 근육의 움직임, 피부 등을 더 섬세하게 보여줄 수 있는 새로운 CG 프로그램까지 개발했다. ‘디지털 정글’은 인도 남부 방갈로르 정글에서 찍은 10만 장의 사진을 바탕으로 했다. 진짜같은 이끼, 나무껍질, 바위, 물 등은 수작업을 거쳐 탄생했다.

닐 세티가 등장하는 실사 촬영에서는 인형극 배우들이 동원됐다. 모든 것이 CG로 만들어진 상황에서 유일한 인간 배우였던 닐 세티의 감정연기를 위해서 동물 캐릭터를 대신 연기한 것이다. 시각효과를 총괄한 로버트 르가토는 “테니스공을 막대기 끝에 끼워서 닐에게 그걸 보고 연기하라고 할 수도 있었지만 미소짓는 사람을 보며 연기하는 것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빌 머레이, 스칼릿 요핸슨 등 유명 배우들의 목소리 출연은 "디지털로 만든 영화가 가진 인공적 느낌을 넘어설 수 있도록 인간미와 감동을 불어넣어 줄 배우가 필요했기”(파브로 감독) 때문이다. 로버트 르가토 시각효과 수퍼바이저는 ‘타이타닉’과 ‘휴고’로 아카데미 시각효과상을 두 번 수상했고, ‘아바타’에도 참여했다. 그는 "실제 세상에 기반을 둔 ‘포토리얼’ 영화, 즉 사진처럼 진짜 같은 영화를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며 "사람이 찾을 수 있는 모든 사진과 영상을 찾고 조합해 동물 캐릭터의 움직임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임주리·김나현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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