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분단40년 장벽을 넘었다|고향방문단 서울·평양을 오가던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북으로 가고 남으로 왔다.
분단40년 장벽을 넘어 남과 북이 통일을 향한 화해의 작은 첫발을 내디뎠다.
너무도 멀고 가파른 고비길을 돌아 마침내 오고가는 화해의 선발대이기에 연도의시민들은 착잡한 감회를 감추지 못하는 표정으로 차분하게, 그러나 이 조심스런 걸음마가 통일의 대로로 이어지기를 축원하는 마음으로가는 선발대를 환송하고 오는 선발대를 맞았다.
상오9시30분 남북에서 동시에 휴전선을 넘은 방문단은 각각 평양과 서울을 향해「통일의 길」을 내달려 워커힐과 고려호텔의 예정된 숙소에 여장을 풀고 3박4일의 일정에 들어갔다.

<적방문단>
◇출발=상오 6시5분방문단장인 김상협한적총재가 맨먼저 남산한적5층 소강당에 도착, 출발준비를 점검했으며 지학순주교·홍성철전내무장관등 방문단 50명과원로가수 김정구, 배우 김희갑씨, 인기가수 하춘화·나훈아,코미디언 백남봉·남보원등 예술단원들이 가족들의 환송을 받았다.
상오7시35분 방문단은 남산대한적십자사 본사5층 소강당에서 간단한 출발행사를가진뒤 7시55분 대기중이던14대의 승용차와 6대의 대형버스에 나눠타고 이산40년만의 평양길에 올랐다.
지학순주교는 『평양에 있는누님과 형님을 만날 생각에 밤잠을 설쳤다』면서 더많은 실향민들이 가족을 상봉할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 박재창씨 (71·고당기념사업회상임위원장) 의 부인박영애씨 (61) 는 『남편을 고향(평양) 에 보내게돼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착잡한 기분이 든다』 고 말했다.
◇임진각=고향방문단원들을태운 차량들이 임진각을 지나자 이른 새벽부터 이곳에 나와있던 실향민들은 방문단에끼지 못한것을 아쉬워 하면서 이들을 환송했다.
또 임진각에는 고향방문단인 강성숙수녀 (54·명휘원원장) 를 전송하기위해 강오숙수녀 (61) 등 10여명의 수녀들이 수녀복차림으로 임진각에 도착, 강수녀가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기도 했다.
한편 미국 NBC, 일본 아사히 (조일) 신문등 내외신기자 40여명이 40년만에 고향을 찾는 이산가족들의 재회취재에 열을 올렸다.
◇서울방문단 일정=북한의고향방문단과 공연단은 20일부터 3박4일동안 서울에 머무르면서 숙소인 쉐라톤 워커힐에 마련된 상봉장소에서 두차례 남한에있는 친척들과만나며 국립극장에서 두차례의 공연을 갖는다.
일행은 이기간에 비원·용인자연농원·호암미술관·삼성전자·롯데쇼핑센터·대한생명63층빌딩·남서울 대공원등을 관광하게 된다.
첫날인 20일에는 정오쯤에 숙소에 도착, 남북양측이 실무접촉을 가진뒤 인솔책임자인 손성필이 기자회견을 가지며 저녁에는 염보현서울시장이 북측 일행을 위해 만찬을 베푼다.
둘째날인 21일상오에는 2시간동안 가족들과 첫상봉이있으며 하오에는 공연단이 2시간짜리 프로그램을 가지고 국립극장에서 l차공연을 갖는다.
세쌔날이자 일요일인 22일상오에 1차때와 같은 장소에서 두번째로 가족들과 만나다.
하오에는 두번째 공연을 가지며 공연이 끝난뒤 노신영총리가 북한공연단일행을 위해 칵테일파티를 베푼다.
고향방문단은 이시간 호암미술관과 용인자연농원을 관광하며 저녁에는 이영덕한적부총재가 북한측일행 전체를 위해 만찬을 베푼다.
마지막날인 23일상오 북측일행은 상오일찍 숙소를 출발, 상오11시 판문점을 통해 귀환하게 된다.

<북적방문단>
◇호텔도착=방문단이 호텔에 도착한 것은 정오.
북한측 단장 손위원장이 승용차에서 내리자 정문앞에서 기다리던 이영덕한적수석대표가 오른손을 내밀며『아이고 손선생님, 먼길을 오시느라 고생하셨읍니다』 라고 영접했다.
이수석대표는 낮11시50분쯤 이병웅한적대표·성영창호텔총지배인등과 함께 북한측 방문단을 기다렸는데 보도진들이 『자리를 옮기지 말아 달라』고 요청하자 『이 자리에서 발을 떼지 않을테니 걱정하지마시오』 라고 조크.
호텔정문에 함께 들어선 이대표와 손단장은 사진기자들의 요청으로 2∼3분동안 웃는 얼굴로 악수를 하면서 사진촬영에 응했다.
이대표가 『몇년만에 오시는 겁니까』라고 묻자 손단장은『40년만이지요』라고 대답.
손단장은 또『서울이 낯이익습니다. 뚝섬은 내가 살던데고 오면서 홍제동을 보니까 옛날과 비뜨름했읍니다』라고 사루리로 소감을 밝혔다.
방문단은 손단장을 선두로 우리측 안내원의 안내를 받으며 한줄로 엘리베이터에 올라 14∼17층의 객실에 여장을 풀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