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베란다 트면 단속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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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아파트 입주자들이 발코니(베란다)를 터서 거실이나 방으로 쓰는 불법을 막기 위해 칼을 빼들었다.

최근 들어 주택업체들이 '확장형 발코니'를 분양조건으로 내거는 등 발코니 불법 개조를 부추기고 있다고 보고 강력한 단속을 펼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행정당국의 발코니 불법 개조 단속은 1995년 10월 성남시가 분당 신도시의 불법 개조 아파트에 계고장을 보내 처벌하겠다고 나선 이후 8년 만이다.

건설교통부는 최근 지방자치단체.한국주택협회 등에 공문을 보내 "발코니의 불법 개조를 철저히 조사, 시정명령과 함께 이행강제금 부과 등 필요한 조치를 하라"고 통보했다.

건교부는 특히 한국주택협회에 보낸 공문에서 "주택업체들이 아파트를 분양하면서 모델하우스에 확장형 발코니를 설치해 불법 개조를 조장하고 있다"며 "이런 모델하우스는 물론이고 분양광고까지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건교부는 새로 입주하는 아파트의 경우 사용승인 후 2~5개월간 공무원이 확인점검을 실시하고 주민신고제를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건교부는 특히 지자체 공무원이 단속을 소홀히 할 경우 감사원에 감사를 요청할 계획이다.

발코니를 불법 개조했다 적발되면 원상복구를 해야 하고, 이를 어길 경우 연 두차례 이행강제금(불법면적에 따라 차등 적용)을 물어야 한다.

건교부 건축과 이용락 과장은 "최근 확장형 발코니가 확산하면서 입주자들이 불법인 줄 모르고 발코니를 개조하는 사례가 늘어 단속을 지시했다"며 "어려움은 있지만 기존 아파트도 단속 범위에 포함시켰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미 입주한 아파트는 현실적으로 단속이 쉽지 않아 실효성이 거의 없고, 새 아파트 위주로 단속할 경우 형평성 논란이 일 수 있다.

주택업체와 입주자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P건설 분양팀장은 "발코니 확장은 대부분 소비자들이 강력히 요구하기 때문에 설치하는 것"이라며 "더욱이 주택업체들은 모델하우스에만 꾸며놓을 뿐 인테리어 업체들이 개별적으로 개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확장형 발코니를 잘못 단속하면 많은 사람을 범법자로 몰 수 있다"며 "이미 시공된 것은 보완조치 등을 통해 시정하는 정도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성근.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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