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머니' 금융기관 끼고 사기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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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대부업체 ㈜굿머니의 대규모 대출사기 사건(본지 7월 14일자 1, 8면)을 수사 중인 서울지검 서부지청은 이 회사가 경북 K상호저축은행의 예금 수백억원을 계획적으로 빼돌린 것으로 보인다고 15일 밝혔다.

이 회사 전 대표 金모(36)씨가 지인들을 동원해 K상호저축의 운영권을 사전에 확보한 뒤 '룸살롱 마담'으로 위장한 주부 등 명의로 5백40여억원을 불법 대출받는 수법으로 조직적으로 돈을 챙긴 정황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검찰은 수배 중인 K상호저축 전 대표 尹모씨와 전 감사 張모씨 등 핵심 관계자 4명이 굿머니 대주주이자 대표였던 金씨와 가까운 사이임을 확인했다.

검찰 관계자는 "金씨가 이들과 공모해 K상호저축의 지분을 확보하고 사실상 경영권을 차지한 뒤 사기 대출을 통해 상호저축의 자본금을 털어 달아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결국 K상호저축에 돈을 맡긴 고객들을 상대로 한 대형 사기극인 셈이다.

검찰은 특히 尹씨 등이 유흥업소 종사자에게 거액의 대출을 해줄 수 있는 대출 규정(스페셜 론)을 만들어 쉽사리 돈을 빼돌릴 수 있도록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또 주부 등의 명의를 빌려 K상호저축에서 대출받은 뒤 굿머니로 돈을 전달한 대출중개업체 G사 역시 굿머니의 사주를 받아 움직인 공범으로 파악, 굿머니와의 자금 관계를 추적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굿머니 대표 金씨와 K상호저축 전 대표 尹씨 등 용의자 7명의 검거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검찰은 이와 함께 G사에 명의를 빌려줘 K상호저축으로부터 1억~2억원의 대출금을 받은 것으로 돼 있는 3백20여명의 여성들에 대해서도 공모 여부를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이들이 대출 용도로 명의를 빌려 준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며, 사례금도 받았던 만큼 전적으로 피해자라고 보기 어렵다"며 "'보건증'을 만들어 주는 등 적극적으로 협력한 여성들은 사법처리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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