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11년간 36개 14조원대···검찰 타깃 된 신동빈의 M&A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롯데그룹이 공격적으로 진행했던 인수합병(M&A)이 핵심 수사 대상이 됐다. 신동빈(61) 회장이 “좋은 기업이 나오면 언제라도 사겠다”며 추진해 온 기업 몸집 불리기가 수사에서 ‘아킬레스건’이 된 모양새다. 검찰은 롯데가 M&A를 하면서 비자금을 조성하고 일부 계열사에 이익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AK면세점·두산주류BG 인수 등
MB정부 때 너무 활발…특혜 논란

검찰은 특히 지금까지 파악된 롯데그룹 3000억원대 배임·횡령의 상당 부분이 2010년 중국 홈쇼핑 업체 인수 과정에서 벌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롯데는 롯데쇼핑과 롯데홈쇼핑 등 계열사 자금 1900억원가량을 투입해 수백억원의 부채를 안고 있는 중국 홈쇼핑 업체 ‘러키파이’를 인수했다. 이는 롯데그룹이 중국에서 크게 손해를 본 사업 중 하나다.

기사 이미지

검찰은 당시 정책본부장인 신 회장이 경영권 확보를 위해 무리하게 인수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보고 배임죄에 해당하는지 확인하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M&A에서 손실이 났을 뿐 비자금을 만들었다거나 의도적으로 회사에 피해를 입히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롯데는 M&A에 적극적인 기업이 아니었다. ‘두드려 본 돌다리도 건너지 않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보수적인 경영을 했다. 하지만 신 회장이 정책본부장으로 부임(2004년 10월)한 이후 달라졌다. 그해 KP케미칼 지분 53.8%를 1785억원에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M&A한 회사는 36개, 금액으로는 14조원대에 달한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2012년에는 M&A가 더욱 활발했다. 이 때문에 특혜 시비까지 생겼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2009년 12월 롯데면세점의 AK면세점 인수 논란이다. 롯데면세점은 2009년 12월 AK면세점을 운영하는 AK글로벌의 지분 81%를 2800억원에 인수했다. 면세사업권을 승계하고 부채를 떠안는 조건이었다. 2009년 기준 시장점유율은 롯데가 46%여서 애경(8.9%)을 인수하면 독과점 문제에 휘말릴 수 있었다.

롯데칠성음료가 소주 ‘처음처럼’을 생산하는 두산주류BG를 인수한 것도 논란거리였다. 2009년 두산주류BG를 인수한 롯데그룹은 이어 맥주시장에도 진출했다. 정부가 2011년 맥주 제조면허를 위한 저장시설 기준을 1850kL에서 100kL 이상으로 완화하면서 진입 장벽이 낮아졌기 때문에 가능했다. 2011년 이후에는 하이마트(1조2480억원), KT렌탈(1조200억원), 삼성정밀화학을 포함한 삼성의 화학 부문(3조원)을 잇따라 인수했다. 2004년 기준으로 23조3000억원 규모였던 그룹 매출액은 지난해에 84조원으로 불어났다.

검찰은 2008년 이후 성사된 해외 M&A 과정에서 배임·횡령 등의 불법 행위나 비자금 조성이 있었는지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신 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신동주(62)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지난해 “신 회장이 제조업에 충실하지 않고 M&A를 통해 불투명하게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관련 기사
① 신격호·신동빈 금고지기 이일민·류제돈
② 롯데, 활주로 변경 때 예비역 장성에게 13억
③ 롯데서 13억 받은 예비역 중장은 누구



신 전 부회장은 “중국 사업에서 1조원의 손실을 봤는데 신 회장이 이를 제대로 보고하지 않아 신 총괄회장이 격분했다”고 주장하며 신 회장을 공격했다. 의도적 보고 누락이나 허위 사실 보고는 배임으로 연결될 수 있다.

검찰은 호텔롯데가 2013년 부여와 제주 롯데리조트를 흡수하는 과정에도 주목하고 있다. 리조트 부지의 땅값을 맹지(盲地·도로와 연결되지 않은 땅) 기준으로 산정하며 크게 낮춰 이를 사들인 호텔롯데에 이익을 몰아줬다는 것이 핵심 의혹이다. 검찰은 10일 압수수색에서 호텔롯데 리조트사업부의 자료를 가져다 분석하고 있다.

문병주·이현택 기자 moon.byungjo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