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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효자사업’도 분식회계 포착…남상태 수사 가속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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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대우조선해양의 경영진 비리와 부실감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대우조선이 수주한 ‘우량 선박’ 사업에서도 분식회계가 이뤄진 단서를 잡았다. 검찰이 지난 8일 대우조선 본사와 옥포조선소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선박 사업 자료 및 회계문서 등을 분석한 결과다.

캐나다·그리스서 수주한 운반선
미발생 매출을 회계에 미리 반영
검찰, 남씨 측근 3인방도 정조준
일감 몰아주기, 비자금 관여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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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상태(左), 고재호(右)

대우조선은 최근에 불거진 분식회계 의혹에 대해 “변수가 많은 해양플랜트 사업의 특성 때문에 빚어진 일”이라고 해명해 왔다. 하지만 해양플랜트 사업뿐만 아니라 사업 노하우가 충분히 쌓인 선박 분야에서도 회계부정이 빚어진 단서가 발견되면서 당시 의사결정 과정에 개입했던 남상태(66) 전 사장과 고재호(61) 전 사장에 대한 수사에 속도가 붙고 있다.

검찰이 주목하는 건 2014년에만 37척을 수주하는 등 대우조선의 ‘효자사업’으로 여겨졌던 LNG운반선 건조사업이다.

검찰은 캐나다 티케이사로부터 수주한 LNG운반선 건조사업(2012년)과 그리스 마란가스사로부터 수주한 LNG운반선 건조사업(2014년) 등 남 전 사장과 고 전 사장의 재임 시절에 이뤄진 사업 자료들을 확보해 분석 중이다.

검찰은 대우조선이 미발생 매출을 회계에 먼저 반영하는 수법 등으로 분식회계를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또 과거 조선사업 분야에서 매출로 잡혔던 금액 중에 손실분이 감춰져 있는지와 경영진의 개입 여부도 수사 중이다.

이와 관련해 공중파 방송인 ‘러브하우스’에 출연했던 유명 건축가 이창하(60)씨, 남 전 사장의 대학동창이자 휴맥스해운항공의 실소유주 정모(65)씨, 정모(64) 삼우중공업 전 사장 등 남 전 사장의 ‘측근 3인방’의 역할 규명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검찰은 대우조선이 2011년 추진하다 실패한 ‘선박 박물관’ 사업에서 이씨의 회사가 인테리어 공사를 맡게 된 과정을 캐고 있다.

대우조선은 자사가 처음 수주했던 ‘바우헌트’호를 매입해 역사박물관으로 만드는 사업을 추진했다. 사업규모만 400억원에 달했다. 당시 대우조선은 이씨의 회사와 인테리어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했는데 선수금으로만 50억원가량을 받는 ‘특혜성 계약’이 이뤄진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그러나 선박 박물관 사업은 수익성 예상 실패 등으로 백지화됐다.

검찰은 지난 8일 이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이 부분을 추궁했다.

검찰은 대학동창 정씨가 최대주주인 휴맥스해운항공의 자회사 인터렉스메가라인을 통해 남 전 사장이 100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첩보의 진위도 확인 중이다. 이 회사는 2007년 대우조선과 10년 독점 운송계약을 맺는 등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받고 있다. 대우조선이 지분을 고가로 매입한 삼우중공업의 정 전 사장도 조사 대상이다. 대우조선은 2011년 삼우중공업의 잔여 지분을 사들이면서 최초 매입가(주당 5000여원)의 3배 가격으로 쳐줬다.

특별수사단 관계자는 13일 “최근 횡령 방식이 일감 몰아주기 등을 통한 돈 굴리기 방식으로 변하는 추세”라며 “대우조선 사건에서도 이 부분을 집중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우조선 노동조합은 이날 오전 6시30분부터 파업 찬반 투표에 들어갔다. 투표는 14일 오후 1시까지 노조원 6985명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일방적인 구조조정 저지와 총고용 보장을 위한 파업 찬반 여부를 묻는다. 노조원 과반수가 참석해 과반수 이상이 찬성하면 파업이 가결된다.

노조는 현재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추진 중인 대우조선해양의 특수선 사업부 분할을 가장 큰 문제로 보고 있다. 대우조선 노조 조현우 정책기획실장은 “채권단과 회사가 함께 논의해 자구안을 마련할 것을 노조가 요구했는데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일방적인 노조원의 고통 분담만을 요구한 자구안을 추진하고 있어 파업 찬반 투표에 나섰다”고 말했다.

거제=위성욱 기자, 장혁진·서준석 기자 analo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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