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정세 새국면 예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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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최근 한반도문제를 둘러싸고 미-소,한-미간과 소-북한간에 긴밀한 협의가 잇달고 있어 국제적인 관심의 표적이 되고있다.
지난 12, 13일 모스크바에서 이례적으로 동북아지역정세라는 특정한 의제를 놓고 「카피차」소련외무차관과 비밀회담을 가졌던「월포위츠」 미국무성 동아시아태평양담당차관보가 회담내용의 설명을 위해 l5일 내한했다.
「월포위츠」차관보가 이원경외무장관등 우리정부측에 어떤 내용을 전달했는지는 전혀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그의 서울체류 24시간이 주목을 끌고 있다.
「월포위츠」차관보와 「카피차」 소외무차관의 회담은 50년대 초반이래 미소가 최초로 한반도문제를 집중 논의한 케이스다.
「윌포위츠」차관보는 이원경외무장관등에게 모스크바회담의 경과및 결과를 브리핑하고 이회담을 토대로 양국간의 협력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소·북한간의 밀착 움직임등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정세전반에 대한 분석및 공동대처방안이 깊이있게 논의된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월포위츠」차관보는 우선 「카피차」와의 회담은 협상이 아닌 의견교환이며 11월 미소 정상회담의 준비의 일환임을 설명하고 한반도문제에 대한 소련측의 인식및 정책방향을 설명해준 것으로 보인다. 「월포위츠」차관보는 모스크바 회담이 끝난후 『이번 미소회담에서 동아시아 지역의 평화와 안전보장에 중요하고 광범한 문제들이 논의됐다』고 말하고, 그러나 그것은 협상이 아니라 의견교환에 불과하며 토의내용은 중동·아프가니스탄등에 관한 이와 유사한 미소회담의 경우처럼 비밀에 붙여질것』이라고 말한바있다.
이번 회담은 남북 경제 적십자·국회회담등 일련의 남북대화가 연쇄적으로 계속되고 있는 싯점에서 열렸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으며 중공역시 이 회담에 비상한 관심을 갖고 있는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공외교부는 11일 이례적으로 북한이 소련과의 유대를 강화하고 있는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는데, 소식통들은 중공이 소련 북한 관계의 밀접화에 대해 우려하고 있으면서도 이러한 정세에 당분간 초연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것 같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번 모스크바회담이 또 한가지 주목을 끌고있는 것은 소련의 대북한지원등 밀월로 인한 소·중공·북한등 북방3각관계의 미묘한변화 속에서 이뤄졌다는 점이다.
특히 소련의 동아시아지역에대한 군사·외교적 진출이 강하게 부각되고 있으며 일본에 대한 유화적 접근태도등 소련의 동아시아에 대한 전략적 접근이 신축성을 띠고 있는 싯점이기 때문이다.
이번 회담에 앞서 북한의 김영남외교부장이 앙골라 비동맹외상회담을 마치고 모스크바로 달려가 소련외상과 회담을 갖고 이회담에 대한 북한의 입장을 전달한바도 있다.
외교소식통은 김영남이「셰바르드나제」 외상에게 북한의 대미접근정책을 설명한 것으로 분석하고있어 「월포위츠」-「카피차」회담에서 이문제가 거론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모스크바회담에서 「월포위츠」차관보는 남북대화와 관련, 북한이 성실성을 가지고 대화를 추구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해 줄것을 소련측에 요청했을 것으로 보이는데, 소련측도 한반도에 우발적인 분쟁이 일어나 미소 양측이 직접 대결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는데 견해를 같이 했을 가능성이 있다.
또 미국은 북한에의 미그23기제공, 영공통과등에 우려를 표명했을 것으로 보이며 88서울올림픽과 관련한 문제들이 심도있게 논의됐을 것으로 추정되고있다.
특히 미국은 소련의 대북한군사력지원에 자제를 요청하고 남북한대화지원문제를 거론했을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이 회담을 계기로 한반도등 동북아정세는 급속히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것 같다.
「월포위츠」차관보의 내한은 동북아를 둘러싼 이같은 움직임을 한미양국정부가 공동으로 분석, 대처방안을 협의한 기회가 됐을것으로 보이며, 이 협의를 토대로 내달에 있을 노신영총리의 유엔참석을 계기로 한 한미고위회담과 한미외무장관회담은 폭넓은 한미외교협력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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