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동 걸린 독일 디젤차…한·미·일 친환경차로 포위작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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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친환경차를 중심으로 ‘합종연횡(合從連衡)’하고 있다. ‘디젤 게이트’ 파문이 촉매제가 됐다. 디젤차에 강한 폴크스바겐과 BMW·메르세데스-벤츠 같은 독일차 위세에 눌렸던 자동차 업체들이 하이브리드차·전기차·수소차를 중심으로 한 ‘친환경차’ 연합 전선을 구축하는 모양새다.

닛산·포드 차세대 전기차 공동 개발
GM·혼다, BMW·도요타 수소차 공략
일본 업체는 친환경 엔진 개발 뭉쳐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 ‘리프’를 출시한 닛산은 포드·다임러와 함께 2017년 양산 목표로 차세대 전기차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 역할 분담도 확실하다. 포드가 공동 개발계획을 총괄한다. 닛산은 전기차 배터리 개발, 다임러는 배터리와 모터를 최적으로 조합시키는 연료전지 시스템 개발, 르노는 양산 체제 구축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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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 주유·충전시 676㎞까지 달릴 수 있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볼트’를 개발한 GM은 혼다와 손잡고 수소차 개발에 나섰다. 2020년 공동개발한 신차를 출시할 예정이다. BMW와 도요타도 수소차 공동 개발에 한창이다. 폴크스바겐은 상하이자동차(SAIC), 푸조는 둥펑차와 각각 전기차를 개발하고 있다.

특히 일본업체들은 2014년 도요타·혼다·닛산·스즈키·마쓰다 등 8개 자동차 회사가 친환경 엔진 개발을 위한 조합을 결성하는 등 협력에 적극적이다. 정부가 조합에 연구개발비를 지원하는 등 혼연일체로 움직이고 있다.

현대기아차도 디젤차에서 친환경차로 미래 투자의 무게추를 옮기고 있다.

권문식 현대차 연구개발본부장(부회장)은 지난 1일 부산모터쇼 전야제에서 “디젤차는 쉽게 무너지지 않겠지만 너무 의존해선 안 된다. 친환경차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하이브리드차에 강점을 가진 도요타를 제외하곤 각 사가 뛰어든지 얼마 안 된 친환경차 분야에 집중하는 게 (디젤차에 매달리는 것보다) 더 수월하다”고 설명했다.

마침 디젤차를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지목한 정부가 2020년까지 친환경차를 대폭 확대하는 대책을 내놨다. 친환경차를 확대하려는 현대기아차에 ‘멍석’을 깔아준 셈이다. 현대차는 2020년까지 친환경차 28개를 출시하겠다는 계획으로 화답했다. 부산모터쇼가 신호탄이었다. ‘K5 플러그인하이브리드’, ‘K7 하이브리드’와 모하비 후속 모델인 ‘텔루라이드’(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같은 친환경차를 모터쇼 전면에 내세웠다.

윤대성 한국수입자동차협회 전무는 “그동안 디젤차 위주 독일 브랜드나 하이브리드차 위주 일본 브랜드와 달리 ‘무색무취’한 입장으로 일관해왔던 현대기아차가 본격적으로 친환경차 전선으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며 “한 쪽으로 ‘올 인’해선 안 되지만 업체마다 분명한 색깔이 있는 만큼 뒤늦게나마 친환경차 투자에 나선 건 잘한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현대기아차는 거대한 글로벌 합종연횡 흐름에서 벗어나 독자개발 노선을 고수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우리 자체 기술력에 충분히 자신이 있다. 독자 개발할 경우 기술 보안에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 프랑스 에어리퀴드사와 수소차 협력에 나선 것도 인프라 구축 차원이지 수소차 개발 자체를 겨냥한 행보는 아니다.

고광호 아주자동차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차·수소차 같은 친환경차는 자동차 업계 뿐 아니라 정보기술(IT)·에너지 업체와도 적극 협력해야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 과거와 달리 독자 기술 개발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만큼 칸막이를 허물고 경쟁 업체와 협력에 전향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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