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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에도「사재기」바람|결실기 폭우로 흉작 점친 투기꾼 몰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지방에선 지금>
마늘에 이어 고추에도 투기바람이 인다. 본격적인 김장고추 출하기를 맞은 요즘전국의 고추주산지와 인근 시골장이 고추수집상들로 붐비고있으며 일부 도시주부들까지 가세, 열띤 사재기경쟁에 나서고 있다.
이 바람에 고추 값은 하루가 다르게 치솟아 작년 이맘때에 비해 최고83%, 한달전인 8월초에 비해서도 지역에 따라 30∼50% 가까이 뛰었고 산지가격이 도시경락가격 보다 오히려 비싼 기현상까지 나타나고있다.
이같은 현상은 농수산당국이 올해 고추생산량을 15만t으로 추정, 수요량 14만t을 약간 옷돌 것으로 보고있으나 생산농민들과 수집상들은 결실기의 잦은 태풍과 폭우, 막판에 번진 탄저병등으로 작황이 지역에 따라서는 평년수준을 밑도는데다 외국산 고추수입금지조치로 김장철이 되면 값이 크게 뛸 것으로 예상, 수집상들은 사재기에 열을 올리고 농민들은 출하를 억제하기 때문이다.
◇사재기=『후하게 쳐줄테니 여기서 넘기고 가소.』 『아입니더. 여서 안팔기라요』
고추를 실은 수레가 나타나자 시장길목에 진을 치고있던 고추 수집상들이 우르르 몰려들며 손수레를 붙들고 노상흥정에 열을 올렸다.
지난 11일상오 닷새마다 장이 서는 경북안동군 일직시장입구의 고추사재기 현장.『고추수집상이 아니라 「고추구걸상」이 돼버렸어요.』 트럭을 동원, 주산지와 인근 시골장을 돌며 고추를 수집한다는 최모씨 (42·서울화곡동)는 흥정을 하다말고 이렇게 푸념했다.
이날 일직시장에 몰려든 서울·부산·대구등 대도시 수집상만도 50여명. 현지수집상과 도시주부들까지 합치면 예년의 10배가 넘는 1백여명이나 된다는 것이 시장관계자들의 말이다.
이 바람에 출하된 고추 3만여근 (1만8천kg) 은 오전중에 바닥이 났고 이중80%이상이 외지상인들 손에 넘어갔다.
이같은 현상은 경기안성, 충북제천·단양·음성, 전북정읍, 전남나주, 경남창녕·진양군일대등 고추주산마을과 인근 5일장에서는 어디나 마찬가지.
각기 트럭을 동원한 수십명의 외지 수집상들은 평일엔 마을을 누비고 장날엔 이들 수집상 외에도 자가용이나 전세버스까지 동원한 일부 복부인과 도시주부들까지 등장, 길목을 지키기 일쑤다.
◇값폭등=전국 고추생산량의 20여%를 차지하는 충북도의 올해 고추작황은 평년작 이하로 떨어져 김장 고추값은 청주도매시장의 경우6백g(1근) 당 개량종이 3천 (중품)∼3천3백원(상품)선으로 8월초의 2천∼2천2백원선에 비해 50%이상 올랐다.
특히 충주·음성지방은 개량종상품이 3천3백원선에 거래돼 작년 같은 기간의 1천8백원 보다 무려 83%가 올랐다.
경북의성군탑리 5일장의 11일 거래가격은 상품 2천9백원, 중품 2천4백∼2천5백원으로 한달전의 최고시세(상품 2천원) 보다 50%가 올랐다.
부산과 마산의 지난10일 상품 도매가격은 3천원내지 3천50원이었으나 11일의 경남창녕군대합면수장리의 산지출하가격은 상품이 3천1백∼3천2백원으로 오히려 부산·마산보다 50∼1백50원이 더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수집상들은 이같은 가격역조현상에 대해『산지에서는 사재기현상과 값이 더 오를 것을 기대하는 생산농민들의 출하억제로 값이 덩달아 오른데 비해 도시도매상에서는 값이 크게 오르기 전에 확보된 고추를 내놓고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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