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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스테이지] 성악 캐스팅 방식의 득과 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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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 캐스트냐, 더블 캐스트냐. 도쿄(東京) 신국립극장이 오는 10월 오스트리아 출신의 신임 예술감독 토마스 노보라트스키(44)의 부임과 함께 종전의 더블 캐스트 시스템(이하 더블 캐스팅)를 폐지하고 싱글 캐스트 방식을 채택하기로 해 일본 오페라계가 시끄럽다.

더블 캐스팅이란 하나의 배역에 두 명의 성악가를 선정, 교대로 출연시키는 것.

노보라트스키는 지금까지 같은 배역에 외국인과 일본인 성악가를 한 명씩 선정해온 더블 캐스팅은 연습 시간이 길고 비효율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9월 말로 임기가 끝나는 이라가시 기요시 예술감독은 "싱글 캐스팅의 도입으로 일본인 성악가의 입지가 좁아질 것"이라고 우려하면서 "일본 출신의 젊은 오페라 가수를 육성한다는 극장의 설립 이념에도 위배된다"고 반박했다.

오는 9월 28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막이 오르는 '리골레토'에서는 소프라노 신영옥(질다 역).베이스 양희준(스파라푸칠레 역)등이 싱글 캐스트로 이틀에 한번꼴로 무대에 선다. 주말을 제외한 평일에 2일 1회 공연을 했던 지난 5월의 '라 트라비아타'가 더블 캐스트를 출연시킨 것에 비해 한결 발전된 모습이다.

가능한한 짧은 기간 내에 많은 무대를 소화해야 하는 대관 공연의 경우 1일 1~2회 연속공연을 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주역가수의 컨디션 조절 때문에 더블 캐스팅은 불가피하다.

오는 9월 18~20일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리는 오페라'아이다'도 18, 20일 싱글 캐스트로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최근 19일 공연을 추가하면서 더블 캐스트가 됐다.

더블 캐스팅은 같은 배역을 서로 다르게 소화해내는 방식을 비교 감상하는 재미가 있긴 하지만, 연습 기간이 긴데다 상대적으로 기량이 높은 A팀 공연에 관객이 몰리는 단점이 있다.

일부 민간 오페라단에선 심지어 네 명의 성악가를 같은 배역에 출연시켜 '무더기 입장권 팔아주는 성악가에게 배역 나눠주기'라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온 게 사실이다.

수준 높은 주역 가수로 2일 1회 공연하는 싱글 캐스팅의 부담은 역시 비싼 대관료다. 백스테이지 공간과 무대 스태프가 부족해 2편의 오페라를 번갈아가며 상연할 수 없는 국내 현실이라면, 가수들이 쉬는 날엔 다른 성악가들로 무대 세트가 필요 없는 오페라 갈라나 '콘서트 오페라'를 상연하면 어떨까. 두 공연을 묶은 패키지 할인 티켓을 발매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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