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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의 삭막함을 화초로 달랜다|「베란다 정원」을 아름답게…수원서 콘테스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아파트 베란다를 거의 돈들이지않고도 멋있고 편리하게 꾸미는 이색경연대회가 열렸다. 지난7일 국내 최초의 「베란다콘테스트」가 벌어진 경기도 수원시내 권선동 주공아파트에서는 70명의 주부들이 자기집 베란다를 공개하여 원예전문가들로부터 「알뜰 센스」를 심사받은것.
『콘크리트 바닥과 쇠난간이 눈에 거슬리던 베란다를 「미니정원」으로 가꾼뒤로는 저녁마다 베란다에만 환히 불을 밝히고 온가족이 느긋한 대화시간을 즐기게 됐어요.』
참가주부들은 심사위원들을 맞으면서 한결같이 자랑에 열을 올렸다.
한국실내원예협회(회장 윤여훈)와 이 아파트 부인회는 지난5월 주부들로부터 참가신청을 받으면서 몇가지 심사기준을 밝혔다. 우선 항아리 등의 생활도구를 되도록 그대로 둔 상태로 꾸미고, 콘테스트에 참가키위해 별도로 들인 경비는 2만원이하라야 한다는것. 또 집바깥에서 볼때의 아름다움을 위주로 평가하되 생활도구를 자연스럽게 이용하고 있는지를 보기위해 집안에서도 평가키로했다.
20평미만의 아파트들이어서 베란다의 넓이도 1평이하지만 주부들이 다채로운 아이디어로 가꾼 「베란다 정원」은 각양각색. 베란다 바닥에 자갈을 깔고 대나무발로 그늘을 만드는가하면 죽은 나뭇가지를 얽어서 깜찍한 화분대를 만들어놓고 갖가지 식물들을 배치했다. 빈 항아리는 빗물을 받아서 조롱박을 동동 띄워놓고 물주는데 쓰거나 거꾸로 엎어두고 그위에다 덩굴식물화분을 올려놓는등 「거추장스런 물건」이 아닌 훌륭한 정원소품으로 활용하는 센스도 발휘했다.
또 나무껍질이나 삼태기로 화분걸이를 만들어 베란다 벽과 난간을 장식하고 큼직한 항아리 뚜껑을 「미니연못」처럼 꾸며서 금붕어를 기르는등 제각기 특색을 살려서 심사위원들을 놀라게했다.
박덩굴이 웃집 베란다까지 오르게해서 이웃과 서로 통하는 정겨운 분위기가 돋보인 강순희씨(58)가 이 콘테스트의 1등당선 주부. 「꽃아주머니」로 소문난 강씨는 돈주고 산 식물은 한포기도 없고 이웃과 서로 다른 식물을 주고받거나 들풀을 옮겨 심었다고 말했다.
한국실내원예협회 송순이총무는 『기대 이상의 놀라운 솜씨들』이라면서 내년부터는 서울시내아파트단지에서도 이같은 베란다 콘테스트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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