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상품도 「보복」가능|미 통상법 제30l조가 발동되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레이건」미대통령이 7일 한국 등 3개국에 대해 미통상법 301조에 규정된 「불공정행위」조사를 지시함으로써 한국시장 개방을 요구하는 미국 측 압력은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당하는 폭에서 볼 때 301조는 비할 데 없는 악법이다. 이 법은 첫째 통상대상국의 「불공정 행위」에 대한 조사를 업계 뿐 아니라 정부기관자체가 요청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요청이 있으면 미국통상대표(USTR)는 45일 이내에 예비심사를 통해 조사의 타당성 여부를 결정한다. 타당하다는 결정이 내려지면 1년 안에 조사를 끝내도록 되어있다.
그 다음이 문제다. 특정국가가 A상품에 대해 대미「불공정행위」를 했다는 판정이 나면 미국은 반드시 A상품 또는 서비스에 대해 보복조치를 해야 되는 게 아니고 B또는 C상품, 또는 서비스에 대해 보복을 가할 수 있게 되어있다.
따라서 이번의 경우 미국이 만약 한국의 화재·생명보험업계가 미국 보험회사에 차별(뷸공정) 대우를 한다는 판정이 있을 경우 미국은 한국 보험회사의 미국진출을 규제하는 것 외에도 예컨대 섬유류나 신발류의 대미수출에 대해 보복관세 또는 보복쿼터를 부과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노골적인 무역전쟁의 요인 때문에 지금까지 미국이 이 법을 끝까지 적용한 예는 드물고 대신 이 법을 압력수단으로 이용해왔다. 74년이 법이 제정된 이래 미국이 301조를 적용한 경우는 모두 48건인데 거의 보복조치가 취해지기 전에 상대국과의 조용한「막후절충」으로 해결이 되었다고 미통상대표부가 밝혔다.
올해 있었던 예로는 미국과 구공시(EC)간의 마찰을 들 수 있다. 미국은 EC가 미국산 귤수입을 제한하자 유럽의 밀가루 식품류에 대한 추가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EC는 미국산 호두와 아먼드에 관세를 역으로 부과했다. 그러나 결국 상방의 관세부과가 실제로 적용되기 전에 EC가 미국산 귤수입제한을 풀어 문제가 해결되었다.
이와 같은 예는 미국이 일단 301조를 적용하면 과녁이 된 업계가 양보할 때까지 계속 구체적인 압력을 받게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이번 경우는 지난달「레이건」대통령이 신발류 규제를 거부하기로 결정한데 대해 의회가 보이고 있는 강한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취해진 조치이기 때문에 「레이건」행정부는 이번 발표로써 『행정부에는 통상정책이 없다』는 의회 측 비난을 피할 수 있을 정도의 강경한 태도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장두성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