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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42년 초현실주의 화풍을 가진 독일인 「막스·에른스트」는 『폭우후의 유럽』이라는 작품으로 세상을 놀라게 했다.
『게르니카의 학살』을 그린 「피카소」 등과 함께 전쟁작가군에 속하는「막스·에른스트」는 까맣게 타버린 뉴욕에서 내장이 튀어나온 인간들과 기형아들이 우글거리는 시가지를 화폭에 담았다.
그러나 핵이 투하된 45년 이후부터 얼마동안 화가들은 선례없는 이런 엄청난 상황을 예술화하는데 당황했다.
이들은 핵전쟁에서 스스로가 관찰자일수도 없고, 아픔을 치유할수도, 사회비평가로서도 존재할수 없는 자신들의 처지를 느끼며 한동안 절망했다.
가장 먼저 핵의 위험성을 인식한 쪽은 시사만화가였다.
또 미국·일본의 그래픽디자이너들도 강대국들의 핵군비경쟁에 대해 이른바 「생존을 위한 이미지」 개념의 포스터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80년대에 들어 「앨런·서너먼」 「로버트·모리스」 등의 작품이 각광받기 시작했다.
「앨런·서너먼」의 『최후의 워싱턴』이란 그림은 버지니아 외곽에서 바라본 워싱턴이 배경인데 핵이 만들어낸 버섯구름이 그 모든것을 짓누르고 있는 작품이다. 「로버트·모리스」의 『화풍』은 건축물들과 사람들이 검은 화염 속에 싸여있는 작품인데 그의 화풍은 거대한 캔버스를 사용해 선명하게 표현하는 것이다.
83년12월 뉴욕에서 있은 『세상의 종말』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작품전시회에서는 24명의 화가들이 조각·회화·데생·시사만화등을 출품했다.
이들 작품은 버섯구름, 불타는 도시, 미사일구멍이 나있는 사막의 정경, 달의 표면처럼 변해버린 지구의 모습등 앞으로 있을지도 모를 지구의 종말을 나름대로 표현해냈다.
이들의 예술에 대해 화가이자 미술사학자인 「크리스틴·스타익즈」는 『인간의 존재 그 자체가 위협받고있다는 절박감에 대한 반응』이라고 평가했다.
비록 화가들이 「핵의 목적」에 대해 전문적인 고찰은 없었지만 최후의 재해가 필연적으로 우리가 만들어낸 과학과 기술에 의해 발생할 것이라는 것을 명확하게 시사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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