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사이트에 김일성父子 동영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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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민주노총 홈페이지(www.nodong.org)에 북한 김일성.정일 부자를 찬양하는 동영상이 게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서울경찰청 보안부는 15일 민주노총 홈페이지 열린마당에 게시된 '[플래시]수령님은 영원히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내용이 이적표현물에 해당한다고 보고 제작.유포 경로를 추적 중이다.

경찰은 민주노총에 동영상 삭제를 요청하는 한편 게시자의 신원을 파악해 형사입건할 방침이다.

문제의 게시물은 지난 12일 '선군시대'란 아이디의 네티즌에 의해 올려졌으며, 첨부된 파일을 실행하면 김일성의 일대기를 보여주는 동영상이 나온다.

내용은 김일성의 어린 시절부터 빨치산, 정권 장악 후 현지지도, 김정일과의 시찰, 사망 후 북한 주민들이 애도하는 장면 등으로 찬양 합창곡과 함께 나온다. 여기엔 1994년 김일성 사망 당시 북한으로 추모하러 가는 한국 국민과 이를 막는 전투경찰이 충돌하는 그림도 있다.

그러자 해당 게시판에는 "민주노총은 공산활동의 전위대인가" "운영자님, 이 글 신고하세요(빨갱이입니다)" 등의 반발 글이 빗발치고 있다.

한 네티즌은 모 언론사 사이트에 '국정원에 간첩신고를 했더니'란 글을 올려 "친북 동영상의 삭제를 요청했는데 민주노총 측이 방치하고 있다"며 "국가정보원에도 신고했지만 시정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게시판에는 이밖에도 지난 8일 '구국전선 편집국'이 올린 '김일성 주석님 서거 9돌 특집'이란 게시물도 발견됐다.

여기에는 김일성 초상화 등이 화면에 나온다. 그러나 민주노총 측은 이 게시물들을 "삭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국정원 측에서 삭제를 요청했지만 광고.도배성 글을 제외하곤 토론과 비판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그냥 두는 것이 게시판 운영 원칙"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홈페이지 운영자가 이적표현물이 게시된 사실을 알고서도 삭제하지 않을 경우 국가보안법 위반에 해당하는지를 검토하고 있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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