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청각장애, 그라운드서 날려 버릴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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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청각장애아들로 구성된 야구단이 전국 규모의 고교 야구대회에 처음 출전한다.

초.중.고 과정 장애인 특수학교인 충북 충주의 성심학교 야구단이 오는 8월 5일 개막하는 '제32회 봉황기 전국 고교야구대회'에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지난해 9월 청각장애 학생들만으로 창단된 성심학교 야구단은 지난달 말 대한야구협회에 정식으로 등록한 데 이어 지난주 봉황기 대회에 참가 신청서를 냈다.

성심학교 야구단은 학교 측의 전폭적인 지원과 선수들의 열정으로 창단 이후 충주 탄금야구장에서 맹훈련을 해왔다. 하지만 훈련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우선 선수 20명 가운데 고등부 학생이 열명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들만으로 봉황기 대회를 치러야 할 형편이다.

야구선수 경력이 전혀 없는 학생들과 순회 코치로 영입된 김인태 감독과의 의사 소통도 문제였다. 교사들이 훈련장에서 金감독과 선수들 간에 통역을 해야만 했다.

때문에 선수들을 불러 모으거나 작전을 지시할 때 일반 고교 야구팀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걸렸다. 교사들은 봉황기 대회에서도 벤치에 나와 수화로 감독.코치와 선수들 간 의사를 전달해 주기로 했다.

그러나 선수들의 야구를 향한 열정은 이 같은 어려움을 모두 극복하기에 충분했다.

특히 지난달 70년 역사를 가진 일본의 고베(神戶) 농학교와의 친선경기에서 22-0으로 대승을 거두면서 선수들은 더욱 자신감이 붙었다.

학생들의 노력이 알려지면서 후원자들이 잇따랐다. 프로야구 스타 이승엽(27.삼성)선수는 40호 홈런부터 홈런 한 개에 1백만원씩을 이 팀에 전달하기로 약속했다.

성심학교 체육부장 박정석(35) 교사는 "학생들이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훈련에 참가했지만 지금은 프로야구 진출의 꿈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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