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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이 본 불평등 실상과 원인 “고소득자 통계 누락 많아…불평등 수준, 공식자료보다 심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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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보수와 진보로 갈리면 대화와 소통이 안 되는 게 현실입니다. 우리부터 공통분모를 찾읍시다.”(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 원장)

상위 10% 소득 비중 급등, 미국 수준
세금만으로 해결 어렵다는 주장도

국가미래연구원·경제개혁연구소·경제개혁연대가 주최한 보수-진보 합동토론회가 7일 시작됐다. 이번 토론회 소주제는 ‘소득과 부의 불평등: 실상과 원인 및 전망’이었다. 참석자들은 우리 사회의 불평등 정도가 실제로는 공식통계보다 심각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첫 발제자로 나선 김낙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표적인 소득분배 지표인 지니계수가 불평등 수준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표본조사인 가계동향조사에선 연 소득 2억원 이상의 상위 소득자가 대부분 누락되고 있으며, 금융소득도 한국은행의 국민계정에 나타난 전체 금융소득의 5% 정도만 파악되고 있다”고 말했다. 고소득자가 실제보다 적게 파악될수록 지니계수는 낮게 나타나 소득 불평등이 개선됐다는 오해를 빚을 수 있다.

그는 “국세통계를 이용해 문제점을 보정하면 우리나라 지니계수는 매우 높은 수준이며, 특히 1996~2006년 기간 동안 급상승했다”고 했다. 두 번째 발제자인 홍민기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도 “상위 10% 소득이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9~2006년 급등해 2014년에는 불평등이 심각한 수준인 미국과 비슷한 47.9% 수준”이라고 말했다.

불평등의 원인에 대해선 다양한 진단이 나왔다. 김낙년 교수는 ▶90년대 이후 중국 등 저임금 국가와의 교역이 늘어나면서 고용증가율이 급락했고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을 중심으로 성과주의 보수체계가 확산됐으며 ▶80년대 이후 최상층의 소득세 부담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봤다. 홍민기 연구위원은 “소득 불평등에서 근로소득의 불평등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분석했다. 근로자 평균임금 대비 최고경영자의 평균 보수는 한국이 30~40배로 미국(350배)보다는 낮지만 유럽(15~20배)보다는 높다.

이정우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명예교수는 자본소득(자산소득)의 중요성을 강조한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의 분석을 인용하며 “정부가 토지정책을 제대로 펴지 못했던 탓에 부동산 투기가 심했다”며 “세계에서 가장 비싼 축에 드는 부동산 가격이 불평등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최경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인적자원정책연구부장은 “지식자산 투자와 지식경제 생산이 증가한 덕분에 우리나라 최상위층의 소득 증가세가 2000년대 이후 특별히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소득과 부의 불평등 중에 어느 쪽이 더 심각한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렸다. 홍민기 연구위원은 근로소득의 불평등에 주목한 반면, 주상영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부와 자본소득의 불평등이 노동소득의 불평등보다 훨씬 심하다”고 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 ‘성장 친화적인 불평등 해소’ 같은 보수 성향의 주장이 많이 나오지는 않았다. ‘세금 만능론’을 경계한 최경수 KDI 박사의 언급이 외롭게 들렸다. 최 박사는 “소득 상위 1%의 집중이 문제라고 하더라도 소득의 원천이 다양하고 복잡하기 때문에 이를 조세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며 “경쟁법적으로 접근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니계수

소득분배의 불평등 정도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 0에 가까울수록 소득이 평등하게 분배되고 있음을 의미하며 1에 가까울수록 소득 불균형이 심하다는 뜻이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2015년 한국의 지니계수는 0.295로 전년보다 0.007 하락했다. 이는 집계가 시작된 2006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서경호 기자 prax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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