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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 때도 없이 부르는 화장실 신호..? '못 먹고, 못 가고, 못 자는', 전립선비대증' 환자의 삼중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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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군산병원 비뇨기과 김상득 전문의

대부분 시름 깊은 얼굴로 진료실을 찾는 '전립선비대증' 환자들이 공통적으로 입을 모으는 것은 무엇일까? 전립선비대로 인한 통증이나 불편도 있지만, 먹고 싶은 것 못 먹고, 가고 싶은 곳 못 가고, 자고 싶은데 못 자는 삼중고로 삶에서 기본적으로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을 포기해야 하는 문제이다. 많은 전립선비대증 환자들이 음식섭취에 대한 불편을 호소하는데, 음식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질환이 아니지만, 평소 요의를 자극하는 음식이나 물 등을 기피하는 것은 물론이고, 맛집 탐방의 즐거움을 잃은 지도 오래라는 환자가 많다.

실제 최근 심한 빈뇨증상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전립선비대증 진단을 받은 A씨(52)는 가족을 위해 군산의 100년 된 빵집에서 빵을 사거나, 전국 5대 짬뽕으로 유명한 맛집 등을 찾는 것이 큰 즐거움이었는데, 이제 그 즐거움을 포기했다고 자조적인 한숨을 쉬었다. 어디서든 시간마다 서너 차례 소변증상이 있는 바람에 문 밖으로 길게 늘어선 줄을 기다려야 먹을 수 있는 맛집은 엄두도 못 낸다는 것이다.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 바로 옆에 있지 않으면 불안한 탓에 가족 나들이나 드라이브도 사치라고 말하는 A씨는 전립선비대증이 죽지 않는 병이라지만, 그 어떤 중병보다도 심각하게 남은 인생을 비참하게 만들었다고 호소했다.

전립선비대증은 실제 배뇨 불편과 통증 등의 증상과 함께 이로 인한 생활 불편이 큰 질환이다. 전립선비대증은 시도 때도 없이 마려운 소변 증상인 '빈뇨'가 대표적으로 나타나는데, 이 때문에 직장 생활이나 장시간의 운전, 야외활동 등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전립선비대증의 주요 원인은 비대해진 전립선이 요도를 압박해 일으키는 다양한 배뇨 증상이다. 주로 빈뇨, 잔뇨, 야간뇨 등의 증상이 동반되는데 하루에도 8~10회 이상 배뇨하는가 하면 소변을 보고도 시원치가 않고, 수면 중 소변이 마려워 수 차례 잠에서 깨기도 하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 외에도 소변을 참을 수 없는 '절박뇨'나 소변 줄기가 가늘어지는 증상 등 조절하기 힘든 배뇨 장애를 겪게 된다. 정신적으로 극심한 압박감과 스트레스로 우울증과 같은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처럼 전립선비대증은 삶의 질을 크게 저하시키는 질환이지만 적극적으로 병원을 찾는 이는 드물다. 소변 불편 증상을 느껴도 단순 노화의 현상으로 치부하거나 심각한 질환으로 생각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증상을 드러내기를 꺼려하는 환자는 소변을 억지로 참기도 한다. 이는 증상조절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방광의 수축력이 약해져 소변 보기가 더 힘들어지고 늘어난 방광이 전립선을 압박해 합병증 등의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대표적인 합병증으로 통증, 혈뇨, 결석 등의 증상이 나타나거나 급성 요폐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심한 경우에는 만성적으로 소변이 나오지 않고 방광기능이 회복 불가능한 상태로 이어져 신장까지 망가지게 될 수 있다.

소변 기능에 문제가 생기면 빠르게 비뇨기과를 찾는 것이 좋다. 조기에 진단되어야 질병의 악화를 막고, 비교적 간단한 치료로 개선할 수 있다. 전립선비대증 초기에는 수술 없이 먹는 약만으로도 간단하게 근본적인 치료가 가능하다. 먹는 약은 전립선을 비대하게 만드는 호르몬을 막아 전립선크기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 실제 미국국립보건원 임상시험에 따르면 남성호르몬을 조절해 전립선의 크기를 줄여주는 약 복용 후 수술 필요성이 64%까지 감소했다. 이 같은 경구용 약은 식사와 관계없이 하루 한번 한 알만 복용하면 돼 직장생활을 하거나, 약 복용 모습을 외부에 보이기 꺼려하는 경우에도 간편하게 치료할 수 있다.

전립선비대증을 당뇨병, 고혈압처럼 꾸준히 관리해야 하는 만성적인 질환으로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 전립선의 크기를 줄이는 약의 경우, 최소 6개월 이상 지속 복용해야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복용 후 증상이 호전되었다고 해서 임의 중단하는 것은 금물이다. 흔히 추운 계절에 비해 비교적 증상이 호전되는 봄, 여름철 치료를 임의 중단했다가 겨울철 다시 증상이 악화되어 고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지금 계절의 치료가 고통스러운 겨울에 대비하는 방법이다. 치료가 늦어지거나 합병증으로 이어지면 수술치료를 요하기도 해 비뇨기과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 본 칼럼은 외부필진에 의해 작성된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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