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역 도착 전 또 다른 고장 신고…김군, 쫓기듯 일하다 사고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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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고치다 숨진 김모(19)씨가 구의역에 도착하기 직전 자신이 담당하는 다른 역에서의 고장에 대해 연락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가 시간에 쫓기는 바람에 전동차의 플랫폼 진입에 대비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서울메트로와 김씨가 소속된 용역업체 은성PSD 사이의 계약에는 정비 기사가 고장 접수 뒤 한 시간 이내에 현장에 도착해야 한다는 조항이 들어 있다.

동료에게 ‘2곳 모두 처리’ 전화
‘1시간 내 도착’ 위해 서두른 듯

서울 광진경찰서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달 28일 오후 5시17분쯤 서울 지하철 을지로4가역 스크린도어에 고장이 생겼다는 연락을 받았다. 김씨가 구의역 스크린도어 수리를 위해 이동 중인 때였다. 이 때문에 을지로4가역에는 김씨 대신 다른 직원이 가기로 돼 있었다. 그러나 구의역에 도착한 김씨가 구의역 수리를 마치고 을지로4가역까지 수리하겠다고 동료에게 연락했다.

김씨가 구의역 역무실에 도착해 스크린도어 마스터키를 챙긴 시간은 5시45분쯤이고, 구의역 5-3 승강장에 도착한 것은 5시50분쯤이었다. 5-3 승강장 스크린도어 수리 후 5시54분쯤 사고 장소인 9-4 승강장에 도착해 보니 작업이 길지 않을 것으로 보여 작업 후 을지로4가역으로 가겠다고 연락한 것이 경찰이 파악한 당시 상황이다. 구의역에서 을지로4가역까지는 약 20분 거리다. 김씨가 서두르면 ‘한 시간 이내 도착’ 규정을 지킬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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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관계자는 “수리 후 곧장 다른 역으로 이동하라고 지시를 받은 건 아니지만, 다른 역 작업도 되도록 자신이 처리하기 위해 시간에 쫓기는 상태에서 작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김씨가 구의역 역무실에서 스크린도어 마스터키를 가지고 나갔는데도 역무실에 있던 직원들은 그가 어떤 작업을 하러 왔는지조차 알지 못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작업 과정을 폐쇄회로TV(CCTV)로 확인하지도 않았다.

◆서울메트로, 2명 사표 수리 5명 직위해제

서울메트로는 전날 팀장급 이상 간부 180여 명이 제출한 사표 중 경영지원본부장과 기술본부장이 제출한 사표를 수리하고, 안전문 업무 책임자인 설비처장·전자사업소장과 당시 구의역장 등 5명을 직위해제시켰다고 6일 밝혔다.

윤정민·조한대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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