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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제시형은 출제자 의도 정확히 파악해야|이번 문제는 예문과 같은 논조·문체로 썼어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자료제시형 문항에서는 그 자료가 수험생들의 분석이나 해석을 필요로 하는 것인지, 아니면 하나의 본보기글로서 이런 논조나 문체로 기술하라는 것인지 우선 판단할 필요가 있다. 이번 자료는 후자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번에 또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은 글 제목의 「도덕적」이란 말이다. 교훈 중에서도 어떤 것이 도덕적 교훈에 해당할지 가늠해야 한다. 도덕이란 사회를 이루는 성원들의 그 사회에 대한, 또는 성원 서로간의 행위를 규제하는 규범으로 풀이된다. 수험생들은 도덕이 법률과는 달라 외부로부터의 강제성을 띠지 않으며, 다만 양심에 따르는 자발적인 것으로 인간의 내면에 관계된다는 것 등을 잘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그런데 대부분의 응모자들이 이런 면에 대한 세심한 주의가 없었던 탓인지 출제자가 요구한 방향과는 관계없이 자연과 인간은 「주고받는」 관계에 있는데 인간은 자연을 착취하고 훼손만 하니 반성해야 한다는 등 논지를 펴고 있었다.
이런 문제점은 인선자인 유준호양의 글에서도 발견된다.
「눈 속에서 피는 매화」에서 지조를 엿본다는 정도로 겨우 제목에 대한 체면을 세운 감이 없지 않다.
이은숙양 역시「자연계의 현상이 주는 도덕적 교훈」이 아니라 시골에서 자란 아이들의 품격이나 덕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다시 말해 결과론에 치우친 흠이 있다.
또 시골 아이는 다 너그럽고, 도시 아이들은 다 타산적이라는 흑백논리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고딕체(가)는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 부분. ①과 ②는 무엇을 가리키며, 또 서로 어떻게 연관되는지. (나)는 「이사 온」으로도 충분하다. (다)는 현재형으로 바꿀 것. (라)는 주어인 「대답」과 호응이 잘 안된다. (마)의 「이러한 이유」는 앞의 「벽도 없는 자연이 있다는 사실」 과 결부되므로 글쓴이의 의도와는 정반대의 글이 된다.
이 부분은「대도시일수록 범죄가 자주 발생하고, 그 양상도 흉악한 것은 청소년들이 인공적 환경에서 성장하기 때문일 것이다」로 고쳐야된다. (바)는「배우게 된다」로, (사)는 「깨닫게 되는」으로 고칠 것. (아)는 뜻이 모호하며 (자)역시 내용이 없는 말이다.
선에는 오르지 못했으나 삼천포여종고 1년 강희순양을 비롯, 서울의 면목고교 3년 김영진, 남강고교 3년 신성범, 서초고교 2년 장복희 학생들의 글이 좋았다. 한편 우신고 문치웅군의 글은 노자의 『도덕경』을 인용함으로써 제목에도 부합되고, 제시된 자료와도 연계 시켰으며 글도 중후하여 가장 충실한 글이었으나 이미 인선한 경력이 있으므로 제외했다. 김은전<서울대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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