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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재계 1위 현대그룹 ‘중견기업’될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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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한때 국내 최대(1위) 재벌 집단이었던 현대그룹이 ‘대기업’ 타이틀을 내려놓는다. 공정거래위원회 대규모기업집단 기준(자산규모 5조원)을 충족하지 못해 ‘중견기업’으로 신분이 바뀐다. 현대그룹은 지난해 공정자산(12조5664억원) 기준 재계 21위다.

최대 계열사 현대상선 ‘감자’ 상정
통과 땐 50년 만에 경영권 교체

현대상선은 3일 이사회를 열어 대주주·특수관계인의 지분을 7 대 1로 차등 감자하는 안건을 주주총회에 상정했다. 감자 후 대주주 지분율이 22.6%에서 4.0%로 줄어들면, 현대그룹에서 가장 비중이 큰 현대상선은 현대그룹 품안을 떠난다.

현대그룹은 현대증권을 포함한 현대저축은행·현대자산운용 등 금융 3사도 KB국민지주에 매각한 바 있다. 현대증권은 지난달 31일 “지분매매계약에 따라 최대주주(현대상선→KB금융지주)를 변경하고 KB금융지주의 자회사로 편입된다”고 공시했다.

공정위가 지난해 산출한 기준에 따르면, 공정자산 규모는 현대상선이 6조4768억원, 현대증권 등 금융 계열사가 3조3939억원이다. 이들 계열사가 분가하면 현대그룹 공정자산은 2조7000억원 미만으로 쪼그라든다.

현대그룹은 자산총액 기준 1·2위 계열사를 품에서 떠나 보낼 채비를 이미 해왔다. 현대상선 소속 임원 일부는 보유 중이던 현대상선 주식(2300~5200여 주)을 매각하고 현대그룹 계열사로 적을 바꿨다. 현대그룹 전략기획본부에서 근무하던 현대상선 직원도 일부는 현대상선에 남고, 일부는 현대엘리베이터 등으로 소속을 변경했다.

사업 구조는 현대엘리베이터를 중심으로 재편된다. 국내 1위 엘리베이터 사업자인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기록한 바 있다. 정보기술(IT) 서비스 계열사 현대유엔아이도 주력 계열사로 떠오른다. 이밖에 대북 사업을 진행하는 현대아산과 반얀트리 호텔을 운영하는 에이블현대호텔앤리조트, 현대경제연구소 등이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를 제외하면 모든 계열사의 지난해 자산은 각각 4000억원 미만으로 현대증권·현대상선에는 크게 못 미친다.

한편 현대상선 대주주 지분 감자 안건이 7월 통과하면 현대상선은 50여년 만에 경영권이 바뀐다. 1964년 고(故) 현영원 회장이 설립한 신한해운은 1984년 사돈회사인 현대그룹에 편입되고 현대상선으로 사명이 바뀌었다. 고 현 회장은 현정은 회장의 아버지다. 현정은 회장은 지난 2003년 별세한 남편 고(故)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 대신 현대그룹의 사령탑을 맡아 현대상선을 경영했다.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7~8월경 출자전환을 해 현대상선 최대 주주(지분율 약 40%)로 올라설 예정이다. 사채권자와 해외 선주들도 출자전환 후 각각 20% 안팎의 지분율 보유하게 된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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