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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 40년만의 만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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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고향방문단 및 예술공연 단의 남북교류합의는 남북관계 발전에 있어서 84년의 수재물자에 이어 또 하나의 획기적이고도 실질적인 성과다.
물론 그밖에 남북대화를 통한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71년의 남북적 회담 성립, 72년의 「7·4공동성명」채택과 이에 따른 조절 위 구성 및 회의, 84년의 경제회담 성립도 모두 남북문제 접근과정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이것들은 최종적인 성과가 아니고 어디까지나 수단 내지 절충의 문제다. 따라서 수재물자나 고향방문 예술공연 교류와는 차원이 다르다.
수재물자도 그렇거니와 고향방문과 공연교류는 일반 민간대중을 상대로 한다. 지금까지 공식기구에 한정돼있던 남북접촉이 그만큼 저변확대 된다는 점에서도 그 가치는 크다.
추석직전인 9월20∼23일의 3박4일간 남북을 방문하게될 두 개의 교류 단을 각각 남북적의 최고책임자가 인솔한다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한적의 김상협 총재는 문교장관·대학총장·국무총리를 역임했다. 북적의 손성필 위원장은 고등교육상을 지냈고 70년대이래 남북대화의 상징적 인물로서 지금은 최고인민회의 부위원장(국회부의장 격)을 겸직하고 있다. 모두가 당국장사를 대변하거나 전달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다.
이 같은 비중의 인물이 임무를 띠고 남북을 방문하기로 한 것은 남북조절 위가 결렬된 73년 이후 처음이다.
그들이 각각 서울과 평양을 방문하면서 상대방 최고책임자를 면담하고 친서라도 전달하게 된다면 남북관계는 새로운 전기를 맞게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22일의 남북적 실무접촉 합의에서 방문단 인원의 규모와 방문기간 방문대상지역이 당초 예상보다 대폭 축소된 것은 지극히 아쉬운 일이다.
그러나 이번의 방문단 교류는 교류가 정식으로 본격화되기 이전의 실험적·상징적 시도라는 점에서 이를 이해코자한다.
이번 방문단교류가 합의되기까지는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 중 가장 심각했던 견해차이는 방문지문제였다. 한적이 고향방문자들로 하여금 직접 고향마을까지 찾아가게 하자고 한데 반해 북적은 수도인 서울과 평양으로 국한하자고 주장했다.
결국 우리측의 양보로 이 문제는 타결됐다. 한적은 남북교류로 북한에 어떤 피해나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배려한 것 같다. 북한이 우리에게 공개하기를 꺼리는 부분을 굳이 보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 같은 한적의 자세는 높이 평가할만하다. 앞으로도 남북관계의 지속적인 발전이라는, 보다 높고 큰 민족사적 가치를 위해서는 우리의 수용한계 안에서 작은 양보를 마다하지 말아야 할 것 같다. 그것은 남북관계의 발전을 주도해 나가는 정극성 외 표현이기도 하다.
이번의 고향방문단과 예술공연 단의 상호교류가 단발행사로 끝나지 말고 지속되고 확대되어 이산동포문제를 포괄적으로 해결하는 계기가 되고 나아가서는 그 정신이 다른 분야로 확산되어 폭넓은 남북 교류의 시범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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