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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인사이드] 소비자에 묻지도 않고 9억 더 받은 소리바다…법원 판단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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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7월~2014년 1월 소리바다(www.soribada.com), 엠넷(www.mnet.com), 벅스뮤직(www.bugs.co.kr), 멜론(www.melon.com) 등 국내 주요 음원사이트들은 약속이나 한 듯 음원 공급가격을 대폭 인상했습니다. 인상률은 최저 24%~최대 100%에 달했습니다.

이중 소리바다는 2013년 7월1일부터 6개 월정액 상품에 인상된 가격을 적용했습니다. 문제는 소리바다가 자동결제 방식이라는 것. 월 정액 상품을 이용해 온 기존 소비자들에게 가격 인상 계획을 미리 알리면서도 새로운 결제창을 제공하지 않은 채 인상분이 자동결제되도록 한 데서 비롯됐습니다. 소비자들의 의사를 묻지도 않은 채 2013년 7월 한달 간 10만 5801명으로 9억 3972만원을 더 거둬들인 것입니다. 나머지 3개 업체의 행태도 유사했습니다.

이를 알게 된 공정거래위원회는 2014년 9월 이 업체들에게 “기존 소비자가 인상된 가격을 확인하고 직접 동의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대금 결제창을 제공하지 않은 채 인상된 가격으로 대금지급이 이뤄지게 하는 행위를 다시 해선 안 된다”는 시정명령을 내렸습니다. 이같은 가격 인상 방식이 전자상거래법에 위반된다는 이유였습니다. 그러자 4개사는 각각 법원에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소리바다가 제기한 소송에서 소비자 편에 섰습니다. 서울고등법원 행정2부(부장 이균용)는 소리바다의 조치는 “소비자들의 정당한 선택권을 침해하는 위법행위”라며 소리바다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3일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소리바다가 가격 인상 계획을 알린 것은 소비자들의 구매 의사를 유인(청약의 유인)하는 행위일 뿐”이라며 “대금결제창을 통해 확인과 동의를 해야 비로소 소비자가 적법하게 구매 의사를 밝힌 것(청약)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어 재판부는 “계약 조건이 기존에 비해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려는 경우에 전자상거래업체는 다시 대금 결제창을 통해 소비자의 구매의사를 확인할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법원은 지난해 9월 엠넷(CJ E&M) 측이 낸 같은 취지의 소송 역시 원고 패소 판결을 한 바 있습니다. 멜론(로엔엔터테인먼트) 측이 제기한 소송에 대한 선고 공판은 15일 열립니다.

임장혁 기자 im.j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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