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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의 트럼프' "마약상 죽여도 포상금 주겠다"

중앙일보

입력

과격하고 선동적인 발언으로 ‘필리핀의 트럼프’라 불리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당선인이 또 한 번 ‘막말’로 논란의 대상이 됐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두테르테는 지난달 31일 새 내각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산 채로 잡든, 죽은 채로 잡든 마약상을 잡아오는 경찰과 군인에게 포상금을 주겠다”고 밝혔다.

이어 “마약범 100명의 시신에 해당하는 포상금을 지급할 만큼 충분한 자금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마약상의 거래 규모에 따라 차등 포상하겠다며 마약왕을 잡으면 300만 페소(7600만원), 관리자급은 100만 페소(2548만원), 소규모 마약상은 5만 페소(127만원)를 지급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에게 마약상을 쏘아 죽일 수 있는 권한을 주겠다며 적극적인 총기 사용도 예고했다. 또 앞서 선언한 ‘범죄와의 전쟁’을 재차 강조하며 오는 30일 자신의 임기 시작까지 기다리지 말고 “지금 당장 범죄자를 죽여라”라고 경찰에 요구했다.

두테르테는 언론인 살해를 정당화하는 발언도 했다. AFP통신 기자가 연이은 언론인 피살에 대한 해법을 묻자 “필리핀에서 살해당한 언론인은 대체로 부패했다. 나쁜 놈이라면 기자라 해도 암살당하지 않을 순 없다”고 답했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자신만의 해석도 내놨다.

누군가를 헐뜯은 결과로 폭력이 발생했을 땐 보호해 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무례하게 군 사람을 헌법이 보호해줄 수는 없다. 그건 표현의 자유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필리핀 언론인노조는 성명을 통해 “두테르테의 발언이 언론인 살해를 정당화하고 부추긴다”고 비판했다.

비정부기구인 언론인보호위원회에 따르면 필리핀은 언론인에게 가장 위험한 나라다. 1992년 이후 77명의 기자가 살해당했다. 174명, 94명이 피살된 이라크와 시리아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지난주에도 마닐라에서 괴한의 총격을 받고 기자가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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