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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홍대 일베손가락 훼손 당시 영상 입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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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정문 앞 '일베 손가락' 조형물의 훼손 당시 영상을 중앙일보가 입수했다.

영상에는 한 남성이 조형물을 밀어 넘어뜨리는 모습이 포착됐다. 중앙일보에 영상을 제공한 제보자 A씨는 1일 오전 2시5분쯤 홍대 정문 건너편에서 이 장면을 목격했다고 한다. 그는 "한 남성이 방망이로 조형물을 부순 뒤 큰 가방에 넣어 가는데 꽤 무거워보였다. 조형물을 부수다 넘어진 건지, 벽에 부딪힌 건지 입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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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성은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에게 "난 일베를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지만 '메시지를 남겨야겠다'는 생각에 조형물을 부쉈다"고 말했다고 한다.

경찰 조사 결과 이 남성은 스스로를 '랩퍼 성큰'이라고 밝힌 김모(21)씨였다. 이날 오전 마포경찰서는 조형물을 훼손한 혐의(재물손괴)로 김씨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해 조사했다.

이 조각상은 홍익대학교 조소과 4학년인 홍기하(22)씨가 조소과 졸업요건인 ‘환경조각전’의 일환으로 지난달 30일 전시했다. 현재 부서진 조각상은 학교 측이 미대 실기실 지하창고로 옮긴 상태다. 작품이 논란이 되자 홍씨는 작품의도에 대해 서면으로 "사회에 만연하지만 실체가 없는 ‘일베’를 실체로 보여주고 논쟁을 벌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작품이 논란을 일으킬 것을 예상해 몇 개월간 교수와 논의했고 학교로부터 공식적인 허가를 받았다"며 "작품 훼손 행위가 일베와 다른 점이 무엇인가 생각해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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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진 조각상 사진이 SNS 등을 통해 퍼지면서 인터넷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논쟁이 일었다. 페이스북 ‘홍익대학교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지에는 “자기 사상에 맞지 않는다고 작품을 부수는 걸 보니 무서운 세상이다”, “파손의 책임을 묻기 전에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킨 작가의 ‘표현’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게 우선이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홍상지·윤재영 기자 hong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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