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구도심 학교, 신도심 이전 싸고 곳곳 갈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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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지난 17일 오후 인천시청 기자회견실. ‘폐교 결사 반대’라고 적힌 붉은색 머리띠를 두른 남녀 10여 명이 들어왔다. 이들은 “봉화초등학교의 신도심 이전 계획을 철회해달라”고 요구했다. 새누리당 박승희 시의원(서구 4)은 “청라신도시의 과밀학급을 해결한다는 이유로 개교한 지 12년 밖에 안 된 학교를 폐교해 이전하겠다는 것은 원도심 지역 주민들을 고려하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3개교, 청라·서창으로 옮기려 하자
기존 지역 주민들 “결사 반대” 시위

인천 곳곳이 구도심 학교의 신도심 이전 문제로 떠들썩하다.

30일 인천시교육청에 따르면 현재 신도시로 이전을 추진하고 있는 구도심 학교는 모두 3곳이다. 서구 가좌동에 있는 봉화초등학교와 남구 숭의동에 있는 용정초등학교는 2019년 3월까지 각각 청라국제도시와 남동구 서창지구로 이전할 계획이다. 연수구 옥련동의 능허대중학교도 송도국제도시로 이전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구도심 학교들이 신도심으로 이전하는 이유는 학생 수 탓이다. 구도심 학생 수는 빠르게 줄고, 송도 등 신도심 학생은 늘고 있다. 인천지역 초등학교의 학급당 평균 인원은 23명인데 구도심인 동구의 학급당 평균 인원은 22명인 반면 송도가 있는 연수구는 24.3명이다. 중학교의 학급당 평균 인원(30명)도 동구는 22.9명, 연수구는 31명이다.

학교 이전이 확정된 청라국제도시와 서창지구는 대규모 택지개발 등으로 인구가 빠르게 늘고 있는 지역이다. 당초 인천시교육청은 이들 지역에 초등학교를 신설하는 계획을 2차례에 걸쳐 교육부에 제출했다. 하지만 교육부 중앙투자심사위원회는 기존 학교를 옮기라고 요구했다. “심각한 저출산으로 무분별하게 학교를 신설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학교가 없어지는 지역 주민들은 “지역 불균형이 심해지고 교육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각 지역 주민들은 폐교 반대 탄원서 서명 운동은 물론 이전 반대 현수막을 지역에 거는 등 집단 행동까지 벌이고 있다.

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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