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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카 「솔로Ⅱ」로 한판경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스포츠카를 생산하는 영국 팬더 카회사의 김영철회장(47) .그는 이제 한국인으로서는 영국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이되었다.
아버지 (김성직) 대부터 자동차와 인연을 맺었던 김회장은 이역만리 영국에서 꿈을실현, 한국의 명예를 높이고있다. 김성직씨는 지난30년대 평양에서 자동차학원을 경영했고 한국최초의 엔진공업회사를 만든 자동차업계의 선구자.
영국의 1류 자동차전문지「카」가 최신 8월호에서『솔로 완성되다』라는 제하에 초현대감각의 빨간 세단형 스포츠카와 김회장을 커버스토리로 실었다.
솔로 (Ⅱ)는 팬더카가 야심작으로 만들어낸 환상적인 스포츠카.
세계적인 스포츠카 페라리및 포쉬와 어깨를 겨누고 경쟁을 벌일 참이다.
팬더차는 이제 세계에서 자동차 수집광들의 동경의 대상이되었다.
카지가 팬더카를 표지기사로 다룬것은 이번이 두번째. 그밖에 영국의 더 타임즈, 파이낸셜 타임즈, 미국의 주간지 뉴스위크, 자동차 전문지 오토모빌, 영국의BBC-TV등 주요매스컴들은 김회장이 팬더카를 인수한이후 4년사이 몇차례씩 특집보도했다.
그 덕분에 영국의 공항직원들이 김회장에게 먼저 인사를 건넬 정도다.
매스컴들이 계속해서 김회장과 팬더얘기를 추적·보도하는것은 망해버린 영국의 자동차회사를 인수, 5년만에 규모는 작지만 세계적 스포츠카메이커로 갱생시켜놓았기 때문이다.
연간 약 7백대 (약1백억원)정도를 팔지만 자동차의 첨단을가는 스포츠카이기 때문에 값도비싼편이고 수익성도 높다.
『한마디로 신기하다는거겠지요. 망한회사를 맡아서 일으키고 어언 5년을 잘 견디고있으니!. 그것도 동양인이 말입니다』
업무협의차 일시귀국,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김회장은 자신의 성공을 무척 겸손해한다.
김회장은 팬더 카의 미국수출과 모기업인 세계적 모피메이커 진도그룹의 경영전략을 협의하기위해 잠시 귀국한것. 김회장은 5형제가 오순도순 경영하는 진도의 부회장이기도 하다.
팬더에서 생산하는 스포츠카 캘리스터는 8윌6일 미국 환경청(EPA)의 테스트에 통과, 이달부터 본격수출이 시작된다.
EPA테스트를 그렇게 손쉽게 패스한것도 전세계 자동차업계로서는 뉴스거리로 받아들여지고있다.
모토쇼때마다 꼭 팬더카 전시장을 찾는 「엘리자베드」여왕의 사촌이자 영국자동차공업회장인 「마이클」공은 김회장에게 다가와 『항상 재미있는 차를 만들고 언제나 뉴스를 만들어내고 있더군요』라는 인사말을 건네더라고.
최근에는 영국데일리미러지가 팬더의 사가를 소개한 일도있다.
사가는 사원들이 만든것인데 가사중에 「사장이 우리와 함께 일한다」는 대목이 들어있다.
김회장을 제외하곤 1백30여 직원 모두가 영국인인 팬더가 노조왕국이라는 영국에서 노조없이 경영된다는 점에서도 경이의 대상이 되고있다.
『노조를 만들 필요성을 느끼지않기 때문이지요. 오너회장이라고 해서 목에 힘을 주지않고 내방의 문턱을 없애버린 것, 작업복차림으로 함께 일하고 있는 것, 그들의 애로사항을 경청하는 것, 경영의 모든것을 공개주의로 나간것등이 좋은인상을 준것같습니다』 사실 그들이 「회장님」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소탈하고 수수한인상이다.
미국(캔사스대학)서 기계학을 전공한 그가 팬더자동차를 인수한 것은 81년초.
당시 사업관계로 런던에 왔다가 시내 퀸즈게이트앞에 세워놓은 매력적인 스포츠카 팬더리마(캘리스터의 전신)를 발견하고 중고시장에 가서 똑같은 차를 사려던게 인연이되어 당시 파산직전의 공장을 송두리째 인수한것.
값은 부채 60만달러를 안는 조건으로 현찰1만파운드에 인수했다. 자금은 진도에서 끌어썼다.
김회장은 인수후에 차종 생산라인을 4개에서 하나로 축소하고 공장직판을 통해 20%와 유통마진을 줄였다. 그러고 보디와 새시등 전부품의 약40%는 한국산(진도컨테이너제품)을 사다썼다. 그결과 종래 1만파운드 이상가던 팬더리마의 값을 6천파운드선으로 낮출수 있었고 이것이 팬더차의 유럽공략에 결정적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번 「솔로」를 계기로 저가경쟁보다는 고가·고품질로전략을 바꾸였다.
그래서 솔로의 판매가격은 캘리스터의 2배가 넘는 2만5천달러나 된다.
-「솔로Ⅱ」의 특징은.
『무엇보다도 4륜구동에다가 엔진의힘이 처음 60마일을 5.5초에 주파할수 있읕정도의 월등한 추진력이죠.
현재 국내차가 보통 14초이상 걸리는 것에 비하면 그야말로 힘이 좋은 차임을 알수있다.
-스포츠카는 자동차유행의 첨단이라는데 차종을 낼때 특별히 신경쓰는게 있다면-.
『결국 모험이지요. 될거라 믿고밀어붙여보는 겁니다. 그런 모험을 할수있다는게 우리같이 작은회사의 강점이기도 합니다』
「솔로」의 디자인을 싼값에 하기위해 런던로열미술학교의 선생「켄·그린리」씨에게 맡겼던 것도 도박이였다. 그러나 그 교수는 「솔로」로 일약 유명해져 최근에는 롤즈로이스차의 디자인도맡게됐다.
-한때 팬더를 한국에서도 낸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현실적으로 그럴 형편이 못되는데다 문제도 많지요. 한국에서나오는 스포츠카라 할때 지금처럼 호응을 받겠느냐는 것입니다. 또 아직은 이곳의 마무리 기술로는 경쟁하기 힘들거란 생각입니다』
-자금문제는 어떻게 해결하는지-.
『주로 아랍부호들에게 호화판 개조차를 만들어 팔아 남기는 이윤이 큰 도움이 됐지요. 물론 주력은 아닙니다만 부르는게 값이라 돈벌이는 괜찮습니다. 하지만 주종차 캘리스터와 솔로의 수출주문에 맞추기 위해 조만간 차개조라인은 없앨 생각입니다』
팬더가 그간 만든 아랍부호들의 호화차는 줄잡아 1백대.
현재 아랍서 운행되는 초호화차들은 거의 팬더손을 거쳤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말레이시아의「술레이만」왕자에게 인도된 14만파운드짜리 호화판 개조차는 82년도 기네스북에 세계에서 가장 비싼차로 올라있다.
팬더카는 현재 영국이외에 서독·벨기에등 17개국에 수출되고있는데 대미수출이 본격화되면 차생산시설을 대폭 늘려야 할판이다.
연 7백∼8백대생산으로는 수요를 맞출수가 없기때문이다.
최근 미국에서 수입대리점을 모집한 결과 78군데서 신청, 그중인개를 선정했다.
영국 포드자동차의 회장이 몇차례 김회강을만나 제휴를 제의한바있고 말레이지아와 푸에르토리코 (중남미)에서는 현지 자동차합작공장을 세우자는 오퍼도 보내오고 있다한다. <박신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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