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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BBC·민간방송 기자파업의 파문|「알릴권리」의 「안보검열」에 항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영국의 공영방송 BBC와 민영방송기자 2천2백여명이 「대처」수상 정부의 BBC프로제작간섭에 항의, 7일상오 9시부터 10시간동안 총파업을 별여 영국국민들은 이날 하루 뉴스없는 TV 라디오와 지냈다.
15개국어로 세계의 움직임을 충실히 방영해왔던 전통있는 BBC방송도 1932년 방송시작 이후 처음으로 세계각국의 수억 청취자들에게 뉴스를 전하지 않았다.
상당수의 기술직 종사자들까지 파업에 동조, 사실상 영국의 모든 방송을 하룻동안 마비시킨 이번 사태는 BBC 이사회가 지난주 정부압력에 굴복, 북아일랜드의 영국으로부터의 분리를 요구하는 테러단체 IRA(아일랜드공화군)에 관한 45분짜리 다큐멘터리 방영계획을 취소시킨데서 비롯됐다.
7일 방영예정이었던 「화합의 경계에서」란 제목의 이 다큐멘터리는 북아일랜드의 2명의 극단론자, 즉 통합론자인 거물 「그레고리 캠벨」파 분리주의자인 IRA의 핵심멤버 「마틴 맥기네스」의 상반된 견해를 인터뷰형식으로 냉정하게 다룬 것으로 「대처」수상정부는 이 다큐멘터리가 잔학한 테러집단의 명분을 세워줄 위험이 있어 국익에 배치된다』고 지적하고 방영계획 취소를 강경하게 요구했다.
BBC의 독립성 침해라는 선례를 남기게 될것을 우려하는 BBC기자들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 정부임명 케이스인 BBC의 12인이사회가 정부의 요구를 받아들이자 기자들은 전시나 국가안보, 공공질서가 현저하게 위협받지 않은 상황에서 BBC가 정부의 검열을 받은 것은 사상 처음이라고 지적, 실력행사에 들어갔다.
2개의 민영TV방송과 U개 지방라디오방송기자들도 『BBC가 당하는 일은 내일 우리도 당할수 있다』며 이에 합세했다.
기자들의 총파업이란 극한적인 상황으로 이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방송프로의 편집 제작을 둘러싼 정부와 BBC간의 알력은 벌써부터 있어왔다.
그것은 특히 북아일랜드문제에서 두드러진다.
1980년 BBC는 IRA나 이와 유사한 테러단체의 단원들과 인터뷰를 하는 기자에게 사전에 상급자의 허가를 받도록 종용하는 내규를 마련했다. 허가를 얻지않고 제작한 테러관계 인터뷰기사는 사장이 마음대로 가위질을 할수있게 했다.
59년부터 83년까지 북아일랜드 관련기사 47편이 정부와의 견해차이로 방영 방송에 어려움을 겪었다.
대부분 자체검열형식으로 보도는 됐지만 정부와의 마찰이 컸다.
북아일랜드에서의 고문사례에 관해 국제사면위(엠네스티 인터내셔널)의 보고서가 방송금지되고 가수「존·레넌」의 노래 『일요일, 피의 일요일』이 72년1월 데리시에서 벌어졌던 군중들의 평화적인 시위때 영국공수부대가 11명의 가톨릭교도를 살해한 사건을 암시하고 있다고해서 방송전파를 타지 못했던 것도 갈은 맥락에서 이해(?) 된다.
북아일랜드에서 일하는 기자는 누구나 「범죄활동」에 관한 모든 정보를 의무적으로 경찰에 신고해야하는 법률이 67년에 제정돼 사진기자는 필름을, 기자는 기사내용을 경찰에 미리 보여줘야 하며 이를 어기는 기자는 「비협조자」란 딱지가 붙어 고초를 겪는 일도 있다.
이같은 제약속에서 그런대로 독립성을 지켜온 BBC가 결국 정부의 압력에 굴복한데 대해 영국신문들은 영국「언론자유의 위기」라는 등의 제목으로 정부와 BBC이사회를 동시에 비난하고 있으며 외국의 주요 언론들도 영국방송언론인들을 지지하면서 영국정부처사에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다.
프랑스의 르 몽드지의 경우 영국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기둥중의 하나인 BBC의 크나큰 불행이라고 논평했으며 스페인 국영라디오의 방송국장은 영국정부가 『BBC의 공정성을 더럽히는 간섭을 자제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모스크바 방송등으로 부터『BBC의 독립성 운운은 한낱 허울』이라는 야유를 받게 된BBC의 이번 사태가 어떻게 결말이 날지 주목된다. 【파리=주원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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