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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옥」 이사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당초부터 「옥상옥」이니, 「위인설관」이니해서 말도 많았던 국영기업체의 이사장제는 1년여의 시행결과 재검토해야할 문제들이 많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더러 섭외창구로서 성공한 케이스도 있긴 하지만 역할이 모호해서 일부에선 집행부와 마찰을 빚기도 하고 퇴역거물이 많은 것이 오히려 장애요인이 되기도 하는가 보다.
요컨대 현싯점에서 이 제도는 국영기업체의 경영합리화나 효율증대에 기여했다는 긍정적인 평가 못지 않게 「부담」이 되고 있다는 부정적인 시각이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
기회 있을 때마다 정부는 국영기업체의 경영개선을 다짐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와 일치하지 않는 제도를 도입, 시행하고 있다. 국영기업체의 이사장제는 말하자면 그 단적인 예다.
때문에 국영기업체의 경영을 합리화하겠다는 다짐이 실제 공소한것이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우리경제가 당면하고있는 가장 큰 문제의 하나는 산업효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는데 있다. 민간기업도 그렇지만 특히 공공기업의 효율은 민간기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민간기업의 효율성제고는 부실기업의 정리등 구조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개선될 여지가 많이 있지만 정부부문은 상대적으로 간단치 않다는데 문제가 있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공공부문의 단위투자비중이 민간부문에 비해 압도적으로 방대하다는 점이다.
국영기업체 하나가 전 외채의 20%를 지고있는 현실에서 대형투자의 효율이 해결되지 않는한 민간쪽이 아무리 노력해도 전반적인 산업효율의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더우기 국영기업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될뿐더러 관장업무가 국가산업의 핵심이 되는 기초서비스와 중간재, 소재산업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국영기업체의 비능률과 경영부실은 전 산업의 비효율로 이어지고 그 부담은 국민모두에 돌아오게 마련이다.
때로는 능률의 표본으로서, 때로는 선진경영형태의 쇼케이스로서 공기업의 효율이 민간기업을 앞서가고 그 경제성이 민간부문에 파급되기를 바라는 까닭은 거기에 있다.
정부투자기관의 무책임경영이 가능하게 된 것은 인사난맥과 이에따른 책임소재의 모호함에서 비롯되고있으며 책임경영의 바탕이 전문성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영기업체임원의 절반이 외부기용인 것이 문제라는 점은 그동안 누누이 지적되어 온 사실이다.
이같은 여건에서 설상가상으로 설치된 이사장제가 어떤 구실을 할지는 1년여의 시행결과가 잘 말해주고 있다.
더우기 같은 국영기업체라곤 하지만 그 규모나 성격, 경영내용은 천차만별이다. 판매고도 많고 실적도 좋은 업체는 몰라도 그렇지 않은 업체의 이사장은 좌불안석일 가능성도 없지않다.
유공자나 전관을 예우하는 것은 좋지만 그 방법은 달리했으면 한다. 국영기업체의 전반적인 경영합리화는 먼저 인사제도의 합리화에서 그 실마리를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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