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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먼동 텄지만 언제 뜰지 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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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지평선에 여명(黎明)이 비치고 있다. 그러나 태양이 언제 떠오를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정보기술(IT) 경기가 되살아나고 있느냐는 물음에 대한 14일자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의 답이다. 회복 기미가 나타나고 있지만 언제, 어떤 형태로 회복할지는 불투명하다는 얘기다.

IT 경기 논쟁에 불을 지핀 것은 미 증시에서 계속되고 있는 기술주 랠리다. 기술주가 중심인 나스닥 지수는 지난해 10월 저점 이후 현재까지 56% 급등했다.

기술주 랠리에 대한 평가도 엇갈린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또 다른 IT 버블 가능성을 지적한 반면, 미국 경제주간지 비즈니스 위크는 "IT 기업에 있어서 엄동설한은 지나간 것 같다"며 기술주들의 회생에 낙관론을 폈다.

두 잡지는 1990년대 IT 열풍이 불어닥칠 때에도 '신경제(New Economy)'를 둘러싸고 설전을 벌였다. 당시엔 '신 경제'란 용어를 만들었던 비즈니스 위크가 기술주를 적극 옹호했고, 이코노미스트는 신 경제의 특이성을 부인하면서 기술주도 경기 순환으로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주장했었다.

FT는 광대역 통신망과 초고속 무선통신이 아직 성장 초기 단계라는 점 등을 들어 IT 경기의 회복 가능성에 대해 조심스러운 낙관론을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앞으로의 IT 경기 양상은 과거와 사뭇 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FT는 리눅스와 같은 공개 소프트웨어가 인기를 끌면서 싸고 표준화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본격 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경기가 회복돼도 이들 IT 업체가 과거처럼 기술을 선점했다는 이유 하나로 손쉽게 돈을 벌어들이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또 90년대 당시 기업들의 과잉 투자가 아직 덜 해소됐다고 지적했다. 주먹구구식 전산 투자로 인해 '노는 기계'가 아직 많이 남아 있다는 얘기다.

FT는 특히 기술주의 오름세가 반드시 IT 경기의 회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2000년 증시 버블이 붕괴된 후 지금까지 모두 네차례의 반등 시도가 있었으나, 결과적으로 모두 반짝 랠리로 판명됐다.

한편 아시안 월 스트리트 저널(AWSJ)은 14일 최근 미 증시 랠리가 예전의 증시 버블과 유사점이 많아 거품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AWSJ는 현재 랠리를 주도하고 있는 기술주 상당수가 적자 기업이라고 보도했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의 분석 대상인 1천5백개 대기업.중소기업 중 1백95개사가 지난 1년간 손실을 기록했지만 주가는 지난해 10월 9일 이후 1백1%나 상승했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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