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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상가"로 떠오른 이태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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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환락과 이방의 거리로만 여겨왔던 서울이태원거리가 이젠「앉아서 수출」하는 이색수출기지로 큰몫을 해내고 있다.
주한외국인들을 포함해서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올리는 이곳의 매상은 연간 2천만달러규모라는 것이 상공부 당국의 추산이다.
지난번「레이건」대통령 방한때에는 워키토키까지 동원, 값을 비교해가며 수십명씩 떼를 지어 무더기쇼핑을 해가는 진풍경을 빚었다.
그런가 하면 모미상원의원이 이태원에서 잔뜩 사간 옷들이 자국세관에서 말썽이 되어 미상무성이 그 물량만큼을 한국의 대미섬유류수출쿼터에서 빼줄것을 상공부측에 요구하는 촌극을 연출하기도했다.

<외교관부인들이 단골>
단골고객중 첫째는 주한외교사절의 부인들. 이들은 품목별 유명상점 리스트까지 만들어놓고 본국에서 손님이 올때마다 그곳으로 안내하는것이 주요한 일거리의 하나다.
이태원이 이처럼 외국인들에게 크게 각광을 받아 「달러박스」로 되고 있는데는 무엇보다 값이 싸다는게 첫째이유다.
세계적 브랜드인 진도 모피코트의 경우 미국에서 7천∼8천달러를 홋가하는 최고급품이 이태원의 진도면세매장에서는 3분의1 가격인 2천5백20달러선. 따라서 왕복비행료 1천4백52달러(서울∼LA간 KAL기준)와 5∼8일간의 관광비용 8백달러 (관광공사통계)를 빼고도 같은 상품을 한벌 더 살 여유가 남고 외국관광까지 할수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또 필라·컨버스·풋조이등 해외에서 널리 알려진 각 상표제품이 고루 진열된 운동화점에 들어서면 자기네나라에서는 1백달러 이상을 줘야하는 최고급 러닝화를 단10달러에 살수 있다.
이태원의 기본판매전략은 박리다매. 대부분의 상품이 바이어의 미인수분이거나 수출의 여분, 수출검사의 누락품등으로 메이커로부터 직접 대량덤핑을 받고 있다. 또 업주들이 관광객들로부터 받은 막대한 달러·엔화등을 원화로 바꾸면 환전증명서를 통해 세금과표에서 그만큼 면세혜택을 누릴수 있다.
값싼것 못지않게 외국인들이 이태원 상품에 마음이 끌리는 것은 그것이 세계적 진짜 상표와 구별안되는 품질과 디자인을 갖췄다는 것이다.
이태원에서 30달러면 살수있는 이탈리아 구치핸드백이 그대표적인 예.
물론 남대문이나 청계천의 영세 가내업체에서 만들어낸 모조품이지만 2백∼3백달러를 넘는 구미진짜와 비교해도 모양이나 질에서 「가짜의 대국」홍콩을 뺨친다는것.
물론 이에 따른 문제도 없지않다. 최근 국내의 한 프랑스관련단체는 이태원내의 20여 가방판매업체에 올들어 두번째의 경고장을 발송, 『계속 프랑스상표를 단 제품을 팔면 그로 인한 형사·민사상의 책임을 져야한다』고 으름장을 놓고있다.

<개인수표까지도 통해>
쇼핑의 편리함도 외국인들을 끄는 전략의 하나다.
이태원에서는 달러를 내면서 주저할 것도 없고 여행자수표나 크레디트카드, 심지어는 개인수표까지 사용할수 있으며 영어면 점원들과 웬만한 의사소통은 다된다. 이태원거리에서는 하다못해 떡볶기장사 할머니까지도 간단한 영어를 할 줄 안다고한다.
상품의 대종은 역시 의류. 폴로T셔츠를 비롯, 개스·엘리제·필라등 해외유명상표의 셔츠가 물량면에서 단연 으뜸. 미국에서 15∼20달러가는 폴로T셔츠가 2달러에 불과, 여행자들마다 한번에 몇장씩은 사간다.
1인당 보통 50∼1백달러어치의 의류를 사가고 있는데 얼마전 AFKN-TV에서는 지나친 의류구입을 자제하자는 방송을 내보낼 정도였다고. 국내 대메이커들의 덤핑의류도 그곳에 나오는데 시중가보다 보통 20∼30%는 싼편.
마춤양복점도 외국인들이 즐겨찾는 곳의 하나.
1백50달러면 중품 정도를 마출수 있다 (미국에서는 최소 6백달러이상).
방한기간중「레이건」대통령이 두벌의 양복을 마췄다해서 한때 화제가된 「VS킴테일러」는 국회의원·장군등 개업10년간 1천여명이 넘는 외국저명인사들의 양복을 지어줬다고. 미정부단골이 많기로 유명한 이 양복점에는 고맙다고 사진과 편지를 보내온 유명인사 38명의 사진이 벽에 잔뜩 붙어있다.
일스킨(장어가죽)핸드백은 시중가와 별 차이없는30∼40달러선. 한국상품으로 지난 3∼4년간 구미시장에서 인기를 끈 일스킨제품은 요즘도 외국인들의 애호품.

<해외값의 3분의 1선>
이태원에서 공급되는 보세품들은 수출가격으로 나오기 때문에 해외시장가격의 3분의1정도다.
국산 실크류의 인기도 높다. 매기런던·실크스튜디오·라울블란코등 해외 브랜드로 공급되는 보세품들이 공장 직판으로 3분1정도 가격에 팔리고 있다. 실크드레스 한벌가격은 30∼35달러선.
미국·중동에서 인기가 있다는 값비싼 놋쇠제품의 침대도 이태원에서 처음으로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최근 들어서는 냉난방 시설을 갖추고 매장규모도 점차커지는 추세고 주한외국인들의 구직신청까지 받을 정도다. 진도모피의 경우 2명의 미군장교 부인을 모델로 채용하고 있다.

<관광코스로 큰인기>
어쨌든 이태원은 경주불국사 다음의 관광코스로 등장할 정도가됐다. 얼마전 일본의 한 잡지는「이태원특집」을 연재한 일이 있다.
그후 최근까지 일본인 쇼핑객들이 눈에띄게 늘고있고 심지어는 그 기사를 복사해 가지고 다니며 물건을 사는 사람들도 종종 볼수 있다고. 국내행사 참가단체팀이 이태원을 관광안내코스로 꼭 넣어달라는 주문이 자주 있다는것이다.

<내수도 많아 30%차지>
국내고객들도 늘어나 내수판매가 전체매상의 30%가량차지한다. 83년 서울서 열린 ASTA총회때 8백여명의 참석자들이 많은 쇼핑을 해간게 보도되면서 이태원이 일반인들의 관심을 끌게되었다는 이야기다.
이태원의 역사는 부평121미군병원의 용산 미8군영내 이전등 70년대중반에 지방의 미군부대가 일부 용산지역으로 집중되면서 그와함께 부대주변의 상가도 이전, 지금의 이태원상권이 형성된것.
10월에 IMF총회때는 7천∼8천명의 국제금융전문가들이 서울에 오게되어 이태원은 새손님맞이 성공을 위한 작전도 짜고 있다. <박신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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