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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유일의 섬 중학교, 51년 만에 교문 닫는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충남의 유일한 섬 지역 중학교인 보령시 원산도 원의중학교가 오는 31일 문을 닫는다. 1965년 개교한 지 51년 만이다.

원산도 원의중학교, 31일 폐교
김옥선 전 의원이 세운 학교

올 2월 마지막 졸업생 4명을 배출한 원의중은 51년간 원산도를 비롯한 인근 섬 지역의 유일한 중등교육기관이었다. 원의중은 배움이 짧았던 시절 김옥선(82·여) 명예이사장이 사재를 털어 세운 학교다. 3선 국회의원을 지낸 김 명예이사장은 남장 여성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70~80년대엔 통학배 가 주변 섬을 오가며 학생들을 실어나르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파도가 높으면 배가 뜨지 못해 등교를 못하기 일쑤였다. 수업을 받던 중 풍랑주의보가 내리면 꼼짝없이 발이 묶여 집으로 가지 못했다. 80년대 중반엔 전교생이 300명이 넘어 학년별로 두 개의 반을 운영하며 전성기를 누리기도 했다. 원의중 졸업생은 1864명이다.

원산도 주민들에겐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주민들은 “이제 서운해서 어쩐댜. 나도, 아들·딸도 다 거기를 나왔지…”라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원의중이 문을 닫게 된 건 학생 수가 갈수록 줄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7명이던 정원이 올해 4명이 졸업하고 난 뒤 재학생이 3명으로 줄었다. 이사회는 지난 3월 19일 이사회를 열고 폐교를 결정했다. 학교가 없어질 상황에 처하자 지난 2월 원산도 내 광명초 졸업생 6명은 모두 보령시내 중학교로 진학했다. 재학생 3명도 최근 전학했다.

교원 7명 가운데 정찬웅(57) 교장을 제외하고 6명의 교사는 별도의 전형을 거쳐 공립학교 교사의 길을 걷게 된다. 그러나 행정실장 등 직원 4명은 직장을 잃게 될 처지에 놓였다. 충남교육청은 이들의 일자리를 알아보기로 했다.

정 교장은 “섬을 지켜온 학교가 문을 닫게 돼 안타깝고 아쉬운 점이 많다”며 “다만 교사들이 가르치려는 열정이 많은 만큼 좋은 기회가 열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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