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들에게 도전정신 가르치고 싶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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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노훈 교수는 10년 전 처음 승마를 시작해 생활체육 승마지도사 2급 자격증도 땄다. [사진 경노훈]

“교수님 다쳐요. 포기하세요.”

정년 퇴임 앞둔 경노훈 인천대 교수
내달 몽골 4000㎞ 말 타고 횡단 나서

‘몽골 승마 카라반’(caravan·낙타나 말에 짐을 싣고 이동하는 것) 계획을 밝힌 인천대 디자인학부의 경노훈 교수(65)에게 쏟아진 제자들의 반응이다.

8월 정년퇴직을 앞둔 경 교수는 다음달 15일부터 74일간 말을 타고 몽골 초원을 누빌 계획이다. 칭기즈칸이 횡단했던 동쪽 끝 할흐골에서 서쪽 끝 알타이까지 약 4000㎞를 이동한다. 하루 5~6시간 말을 타고 달리고 노숙도 할 예정이다. 국내 승마인 등 20명이 함께 한다. 그는 “제자들에게 다른 것은 다 알려줘도 도전과 열정은 가르칠 수 없으니 내가 직접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2006년 승마를 시작한 그는 생활 체육 승마 지도사 2급 자격증도 땄다. 평소 알고 지내던 국제승마콘텐트진흥원 백재현 원장의 카라반 동행 제의도 곧바로 승낙했다. 그는 “승마는 말과 교감까지 하는 신체·정서 발달운동”이라며 “여행을 좋아하는 데다 도전정신도 보여주고 싶어 ‘꼭 가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경기호테’라는 별명을 가진 경 교수는 학교에서 괴짜로 통한다. 점심시간 교직원 식당에서 색소폰 연주를 한 뒤 공연비를 걷어 인천 남구에 기부했다. 또 교내 봉사단체인 ‘사랑나눔모임’을 만들어 매년 정기공연도 연다. 수익금은 물론 공연 참가자에게도 5만원의 참가비를 받아 기부한다. 이번 여행에서도 하루 1000원씩 후원금을 모아 몽골 정부에 전달할 예정이다.

제자들도 후원금 모금에 동참하기로 했다. 경 교수는 “나이가 많아 도전하지 못한다는 건 잘못된 생각이다. 도전이 없으면 발전도 없다”고 강조했다.

인천=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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