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카메라 시각’으로 대상을 보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2면

l 임현동 기자의 Camera Work  ⑧

기사 이미지

사진은 카메라를 이용해 이미지를 만드는 작업이다. 그러므로 카메라의 기계적 특성을 잘 이해해야 좋은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카메라는 인간의 눈과 비슷한 구조로 되어 있다. 빛을 모아주는 렌즈는 수정체 역할을 하고 조리개는 동공의 크기를 조절하는 홍채와 같다. 셔터는 눈을 깜박이는 눈꺼풀과 유사하고 필름(디지털 카메라는 ‘이미지 센서’)은 상이 맺히는 망막과 같은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인간의 눈은 카메라와 다른 방식으로 대상을 본다. 빠르게 움직이는 대상을 정지 상태로 볼 수 없고, 흐리게 볼 수도 없다. 무엇보다 인간의 눈은 대상을 주관적으로 바라본다. 관심 있는 것에만 집중한다는 뜻이다. 반면에 카메라는 프레임 속의 대상을 객관적으로 바라본다. 그래서 간혹 촬영된 이미지를 살피다 보면, 찍을 때 미처 보지 못했던 피사체가 발견되기도 한다. 프레임의 구석구석을 살펴보고 구도를 잡아야 하는 이유다.

사진은 경남 하동의 최참판 댁 숲에서 밤 11시쯤 촬영한 것이다. 강풍이 불어 가지가 심하게 흔들리고 구름도 빠르게 지나가는 밤이었다. 노출의 효과를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는 기회라고 판단했다. ISO 1250, F13, 셔터속도 30초로 조정한 뒤 플래시를 이용해 촬영했다. 깜깜한 밤인데도 조명을 받은 나무가 온전히 모습을 드러냈다. 나뭇가지는 조명과 달빛을 동시에 받아 눈으로 보이는 장면과 다른 모습으로 표현됐다. 카메라와 동일한 시각으로 대상을 보면 눈으로 볼 수 없는 장면도 만날 수 있다.

임현동 기자 hyundong30@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