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30분 더 여는 증시 ‘박스피’ 출구 될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1면


8월 증권·외환 거래 시간 연장



증권·외환시장 거래시간이 8월부터 30분씩 연장된다. 한국거래소는 현재 오전 9시~오후 3시인 증권시장 주식매매 거래시간을 8월 1일부터 오전 9시~오후 3시30분으로 30분 연장한다고 24일 밝혔다. 국내 증시의 거래시간이 바뀌는 건 2000년 점심시간 휴장을 폐지한 이후 16년 만이다. 서울외환시장운영협의회도 외환 거래시간을 오전 9시~오후 3시30분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기사 이미지

거래시간 연장은 침체된 국내 주식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고육책이다. 국내 증시의 매매 거래시간은 중국(4시간)이나 일본(5시간)보다는 길지만 영국·프랑스(8시간30분), 미국(6시간30분)에 비해선 짧다. 거래소는 거래시간을 연장하면 주식 매매량이 늘고 거래대금이 증가할 걸로 기대한다. 오랫동안 1800~2000선에 머물러 있는 코스피 시장에도 활력을 줄 거라고 본다.

기사 이미지

지천삼 거래소 주식시장부장은 “거래시간 연장은 주가 상·하한 폭 확대 등과 같은 증시 활성화 대책과 일맥상통한다”며 “거래시간 연장 후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2600억~6800억원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거래소는 연간 거래대금이 100조~180조원가량 증가할 걸로 예상한다.

해외와 시차 줄이고 거래 확대, 중국·홍콩 마감 시간 감안
“연 거래 최대 180조원 증가”…“단기 효과 그칠 것” 반론도

갈수록 국내 증시와 상관관계가 높아지는 중국·홍콩 증시의 동시 거래시간을 늘리려는 목적도 있다. 현재 중국 증시는 한국시간으로 오후 4시, 홍콩은 오후 5시에 마감한다. 김원대 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장은 “한국 시장 폐장 이후 중국·홍콩에서 발생하는 경제 상황이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겹치는 거래시간이 늘면 중화권의 경제 상황이 한국 시장에 잘 반영되고 중국과 연동하는 각종 상품 거래가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사 이미지

해외 증시와 시차를 줄이고 외환 거래시간을 늘려 외국인 투자를 활성화하려는 의도도 있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4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참석 중 기자들에게 “주식시장 주요 참가자가 외국인이므로 주식시장 개장시간이 연장되면 외환시장도 연장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지수(MSCI) 선진지수에 편입하려는 정부 의지도 담겨 있다. MSCI는 외국인 투자가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한국의 MSCI 선진지수 편입의 전제 조건 중 하나로 외환 거래시간 연장을 제시했다.

하지만 거래시간 연장만으론 증권시장이 활성화되기 힘들 거란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박혜진 교보증권 연구원은 “2010~2011년 홍콩·싱가포르·인도 등이 거래시간을 55~90분 연장했지만 연장 시작 당월에만 거래대금이 평균 34% 증가하고 장기적으론 큰 변화가 없었다”고 분석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장사가 잘되려면 영업시간보다 물건 품질이 중요하다”며 “주가가 상승해 수익률이 좋아지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노조의 반발도 넘어야 한다. 한국거래소 노동조합과 민주노총 사무금융노조는 이날 “증권·외환시장 거래시간 연장은 증권 노동자의 근로여건만 악화시킬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냈다.

하남현·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