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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린 거장’ 기돈 크레머 22년 만에 서울서 독주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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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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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돈 크레머가 다음달 내한공연을 갖는다. 지난해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화제를 모은 스타 피아니스트뤼카 드바르그와 함께 쇼스타코비치 소나타와 라벨 소나타 등을 연주한다. [사진 크레디아 제공]

당대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로 통하는 기돈 크레머(69)가 독주회로 한국을 찾는다. 오케스트라 협연으로는 여러 차례 내한했지만, 리사이틀은 1994년 마르타 아르헤리치와의 공연 이후 22년 만이다. 피아노는 뤼카 드바르그(25)가 맡는다. 작년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4위지만 1위보다 더 화제에 올랐던 피아니스트다.

내달 12일 예술의전당서 공연
25세 피아니스트 드바르그와 호흡
“연주자는 자신만의 사운드 찾아야”

모스크바 음악원에서 다비드 오이스트라흐에게 배운 크레머는 러시아 바이올린 악파의 전통을 계승했다. “현존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다”(카라얀), “바이올리니스트 한 명만 고르라면 크레머다. 완벽에 가깝고 헌신적이다”(정경화)라는 평을 듣는다. 파가니니의 환생으로까지 불리는 그는 자신의 체임버 오케스트라인 ‘크레메라타 발티카’를 조직해 활동하고 있으며, 클래식 블랙 코미디 쇼인 ‘기돈 크레머 되기’를 공연하기도 했다.

6월 12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클래식음악 축제 ‘2016 디토 페스티벌’의 하나로 무대에 서는 그는 바인베르그 ‘독주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 3번’, 쇼스타코비치 ‘바이올린 소나타 Op.134’ 등을 연주한다. 크레머를 e메일로 인터뷰했다.

뤼카 드바르그를 소개해달라.
“작년 차이콥스키 콩쿠르의 스트리밍 영상을 보고 그의 음악성을 ‘발견’했다. 강한 인상을 남긴 연주였다. 그와의 연주를 예측하기는 힘들다. 우리가 발견한 음악적 공통 언어를 한국 청중들도 알아볼 수 있으면 좋겠다. 서울은 상하이, 도쿄에 이어 이번 아시아 투어의 종착지다.”
1983년 영화 ‘애수의 트로이메라이(Spring Symphony)’에 파가니니 역할로 출연했었다.
“실제 슈만과 파가니니가, 클라라 역으로 나온 나스타샤 킨스키를 만났으면 어떻게 느꼈을까를 상상하며 연기했다.”
스승(다비드 오이스트라흐)의 영향은.
“오이스트라흐는 위대한 연주자였고, 관대한 사람이었다. 가장 도움을 주고 힘이 되었던 분이다. 자신이 가르쳤던 서로 다른 학생들의 성격을 최대한 존중했다. 많은 부모·교수·매니저들이 그를 본받았으면 좋겠다.”
연주를 앞둔 작품의 음반을 듣는지 궁금하다.
“해석가가 되기 위해서 모방은 단지 첫걸음에 불과하다. 만약 연주가가 그들이 CD나 유튜브에서 들은 것을 카피만 한다면 그들은 클론이나 다름없다. 그런 많은 연주가들이 서로 비슷한 소리를 낸다. 창조적인 아티스트는 자신의 연주임을 알아볼 수 있는 사운드를 찾아야 한다. 음악가의 길에서 가장 중요한 과업이다.”
연주의 철학은 무엇인가.
“창조자 즉 작곡가에게 충실하라. 그들보다 더 중요한 존재인 것처럼 굴지 말라. 마음 전체에 음악을 불어넣어라.”
젊은 바이올리니스트들에게 충고를 한다면.
“충고하는 사람의 말보다 자신의 마음에 더 귀 기울이길 바란다.”

류태형 음악칼럼니스트·객원기자 mozar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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