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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지속가능한 개발목표 위해선 세계시민교육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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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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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다 다이사쿠
국제창가학회(SGI) 회장

제66차 유엔공보국(DPI) NGO 콘퍼런스가 5월 30일부터 6월 1일까지 경주에서 개최된다.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열리는 회의다. 이번 회의에서는 ‘세계시민교육: 지속가능 개발목표(SDGs) 이행을 위한 협력’이라는 주제로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지리라 기대하고 있다.

유엔공보국 NGO 콘퍼런스 열려
‘누구도 소외시키지 않는다’ 약속
만물의 상호의존성 인식 높일 것
국경 초월해 모두 공유하는 인식
청년 연대 넓히며 돌파구 열어야

‘지속가능 개발목표’는 지난해 유엔이 채택한 2030 의제의 핵심 사항으로 기후변화와 환경보전, 방재(防災) 그리고 에너지 관련 전략 등 다방면에 걸친 난제를 다룰 계획이다. 이번 목표 실행을 궤도에 올리기 위해서는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 NGO를 비롯한 전 분야에 걸친 시민사회의 활발한 참여와 협력이 요구된다.

지속가능 개발목표 채택에 발맞춰 유엔개발계획(UNDP)은 지난해 9월 주목할 만한 캠페인을 실시했다. ‘빈곤 종식’과 ‘남녀 평등’ 등 17개 항목에 달하는 새로운 목표의 메시지를 지구에 사는 70억 사람에게 전하자는 취지에서 세계 각지에 총 17개 깃발을 세우는 행사였다. 이 중에 ‘기아 제로’를 상징하는 깃발을 네팔 여성 등산가 님도마 셰르파가 지난해 4월 대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히말라야산맥의 한 마을에 높이 세웠다.

셰르파도 어렸을 때 지독한 굶주림에 시달려야 했다고 한다. 그런 셰르파가 배움을 지속하고 꿈을 키워 나갈 수 있었던 건 유엔세계식량계획에서 제공하는 무료 학교급식 때문이었다. 세계 7대륙 최고봉을 모두 정복한 그녀의 위업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더욱 인상적인 점은 바로 셰르파가 자신의 등산 기술을 발휘해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고산지대 재해 지역에 긴급 지원을 제공하고 기아 해소에 공헌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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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로 괴로워하던 소녀가 교육의 힘으로 자신의 가능성을 열어 꿈을 이루고 나아가 같은 괴로움에 맞닥뜨린 사람들을 위해 행동한다.’

이렇게 교육을 통한 임파워먼트(역량 강화)가 한 사람 한 사람의 무한한 가능성을 끌어내면서 지역과 사회에서 변혁의 파동을 일으키는 도전을 이어 갈 때, 지속가능 개발목표의 실현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유엔공보국 NGO 콘퍼런스에서는 지속가능 개발 네 번째 목표인 ‘양질의 교육’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포괄적이고 안전하며 공정한 양질의 교육을 보장하고 모두를 위한 평생 교육의 기회를 확대하는 다양한 시민사회의 전략과 전문성 그리고 자원을 활용하는 방안도 토의할 예정이다.

특히 지속가능 개발목표에서 강조하는 ‘세계시민교육’은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기반이라 할 수 있다. 세계시민 육성은 2012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주도하에 출범해 교육을 국제사회의 최우선 과제로 하는 ‘글로벌교육협력구상(GEFI)’의 세 가지 핵심 사항에도 포함돼 있다.

또한 한국 정부가 ‘세계시민교육’과 관련해 적극적 노력을 추진해 온 사실이 잘 알려져 있기에 한국에서 개최하는 이번 NGO 콘퍼런스의 커다란 성과를 간절히 염원하는 바이다.

지난해까지 빈곤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반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달성한 ‘새천년개발목표’에서 한층 더 나아가 지속가능 개발목표는 여러 지구적 과제를 해결하는 데 “누구도 소외시키지 않는다”는 약속을 전제로 내걸었다.

정치나 경제를 비롯해 사회 여러 분야에서,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추구하려면 어쩔 수 없이 약간의 희생이 따른다’는 사고방식이 대두되고, 점점 강해지는 그러한 풍조는 우려를 낳고 있다. 그러나 기후변화 문제만 보아도 명확히 알 수 있듯이, 다른 사람들의 어려운 처지를 나 몰라라 한다면 결국에는 인류의 생존 기반이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설사 지금 당장은 우리 자신이 위험하지 않기에 상관없다고 여겨져도 오랜 기간을 두고 보면 지구 그 어디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 곳은 없을 것이다.

글로벌화가 급격히 진행되고 있는 우리의 세계는 그 어떤 것도 완전히 떼려야 뗄 수 없는 ‘상호관계성의 네트워크’로 연결돼 있다. 세계시민교육은 이러한 만물의 상호의존성에 대한 인식을 높여줄 것이다.

글로벌 시민사회는 ‘자기만의 행복도 없고 타인만의 불행도 없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비참한 상황에 놓여 있는 한 자국만의 평화나 번영도 없다’는 공통된 인식을 국경을 초월해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토양이 될 것이다.

멀리 돌아가는 듯 보여도 그 토양을 견실히 일구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국제사회가 2030년까지 공통 목표로 내건 ‘누구도 소외시키지 않는다’는 전망을 실현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하게 주장한다.

그리고 그 시대 변혁을 담당할 주역은 바로 청년이다. 지금이야말로 모든 곳에서 모든 기회를 통해 세계시민교육의 조류를 더욱더 일으키고, 청년 세대의 연대를 넓히면서 지속가능 개발목표를 달성하는 데 시민사회가 돌파구를 열어야 하는 때이다.

이케다 다이사쿠 국제창가학회(SGI)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