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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 공약 180개 중 외교안보 15개뿐…국민의당은 0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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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외교안보 부문 공약 ‘0.’

총선 공약집, 외교안보는 찬밥
더민주 ‘7대 약속’ 6번째 턱걸이
정의당은 동물복지보다 후순위
“트럼프 한국 모른다 탓할 자격 있나”

지난달 13일 치러진 20대 총선에서 제3당이 된 국민의당 공약집 얘기다. 국민의당은 경제·정치·복지·어르신 등 12개 분야를 망라한 공약집을 냈지만 여기에 외교안보 분야는 쏙 빠졌다. 이후 국민의당 홈페이지 등을 통해 업데이트한 공약에 ‘통일·안보’ 분야가 13번째로 슬그머니 추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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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관계자는 익명을 전제로 “책자를 만들면서 경제·일자리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늦어졌다”며 “다른 당에 비해 너무 늦어지면 안 되니 외교안보는 일단 빼고 해도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태흥 국민의당 정책실장은 “생활 공약에 초점을 두고 진행한 데다 전문가들 의견 조율에서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국민의당뿐 아니라 새누리당·더불어민주당·정의당 등이 내놓은 20대 총선 공약집에서 외교안보는 찬밥 신세였다. 북한의 4차 핵실험(1월 6일)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2월 7일), 미국 대선(11월)이 예정된 2016년 총선임에도 외교안보 이슈는 실종됐다.

새누리당이 낸 총선 공약집에 실린 공약 180개 중 외교안보 분야는 15개(8.3%)에 불과했다. 그중 ‘튼튼안보’라 명명된 부문의 공약에는 “국가 위상 제고 및 한류 확산, 수출 증대에 기여”라는 안보와 무관한 항목도 포함돼 있다. 대부분의 안보 관련 공약 역시 장병 의료 지원 체계 문제점 해소, 예비군 훈련 수당 현실화 등 유권자들의 표를 겨냥한 복지 공약에 가깝다.

익명을 원한 새누리당 관계자는 “외교안보는 전문성은 요구되지만 표와 직결이 안 되다 보니 의원들의 관심과 전문성 모두 떨어지고 있다”며 “이번 공약집은 그런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더민주도 상황은 비슷하다. 공약집의 ‘7대 약속’ 중 외교안보 는 여섯 번째로 턱걸이했다. 그나마도 ‘평화로운 한반도와 안전한 사회’라는 제목하에 외교안보 이슈와 미세먼지 대책, 아동학대 근절 관련 공약을 뒤섞었다. 순수 외교안보 어젠다론 남북 정상회담 정례화, 백두산·평양 관광 추진 등이 있다.

정의당은 공약집에서 다룬 33개 분야 중 국방개혁 32번째, 외교·통일 33번째였다. 11번째인 ‘동물 복지’보다도 한참 뒤로 밀렸다.

대통령 선거가 아닌 총선에서 외교안보는 이슈가 안 되기 때문이라고 각 당 관계자들은 주장했다. 채규영 더민주 외교 전문위원은 “총선 에선 외교안보에서 득점할 만한 포인트가 적은 편”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정책위원회의 이수영 통일 수석전문위원도 “안보와 국방은 중앙부처에서 주로 하는 데다 남북관계 상황을 고려하면 장밋빛 공약을 내걸 수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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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외교안보가 정부의 영역이라는 이유로 정치권이 소홀히 취급한 건 입법부의 역할을 스스로 축소시켰다는 지적이다.

외교부 차관을 지낸 고려대 김성한 국제대학원 교수는 “외교안보가 기본적으로 행정부의 몫이긴 하지만 의원 외교의 축을 무시할 수 없다”며 “국회가 외교안보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북한 핵실험 등의 국면에서 치러진 선거인데 공약집을 보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한 느낌”이라며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가 한국을 모른다고 탓할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차세현·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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