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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00조원 굴리는 큰손 “한국에 투자할 이유 부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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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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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리 핑크

“한국 비중을 축소하라.”

HW만으로는 성장 한계”
아시아포럼 참석한 핑크 회장
“중국 거품 붕괴 걱정 없어
동아시아 3국 재정 확대를”

전 세계에서 4조7000억 달러(약 5600조원)의 자산을 굴리고 있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낸 권고다. 지난 17~18일 홍콩에서 열린 ‘블랙록 아시아미디어포럼’에서다. 블랙록의 앤드루 스완 아시아증시 담당 책임자는 “최근 기술 트렌드가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바뀌면서 기존 스마트폰 분야 성장이 주춤하고 있다”며 “기술산업(특히 스마트폰) 의존도가 높은 한국과 대만에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폰 단말기 제조만으론 성장에 한계가 있는 만큼 소프트웨어로 산업구조를 시급히 바꿔야 하는데 그 속도가 더뎌 투자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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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한국 시장은 어떻겠느냐는 물음에도 그는 “올해 일본 엔화 강세가 이어지면서 한국의 수출경쟁력이 (단기간) 회복될 수 있으나 한국의 근본적인 투자 유인은 (아직) 부족해 보인다”고 답했다.

다만 그는 “한국의 개별 종목(기업)으로 범위를 넓혀 투자 기회를 찾고 있다”고 여지는 남겼다. 현재 블랙록은 전체 자산의 8%를 한국이 포함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투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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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최근 다시 불거진 중국 경제 경착륙 우려에 대해선 낙관적 시각을 보였다. 특히 아시아에서 열리는 행사엔 처음 참석한 블랙록의 수장인 래리 핑크 회장은 “중국 경제의 거품 붕괴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올해 초 중국 부채가 급증하면서 시장의 우려가 커졌다. 중국의 1분기 총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230%를 넘어서면서다. 그러나 핑크 회장은 “중국이 공산품 수출 중심의 경제 구조에서 서비스 중심으로 탈바꿈하려는 노력이 매우 인상적”이라며 “중국 정부가 서비스 중심 경제로 빠르게 변하기 위해서는 더 공격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서구 선진국도 산업 구조를 변화시켜 정착하는 데 50년이나 걸렸다”며 “중국의 성장 둔화나 부채 증가 등은 경제 구조가 변하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핑크 회장은 오히려 “여행가방 3개를 들고 해외여행을 떠난 중국 관광객이 가방 5개를 가지고 귀국하더라”며 한층 커진 중국인의 구매력과 앞으로 커질 중국 내수시장을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핑크 회장은 중국에 대한 낙관론과는 달리 유럽과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에 대해선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그는 “유럽과 일본이 중심이 된 마이너스 금리 정책으로 전 세계 7조 달러에 이르는 국채가 마이너스 수익률로 거래되고 있다”며 “기업들이 번 돈, 많은 사람이 저축으로 모은 자산가치까지 훼손시키는 꼴”이라고 했다. 이어 “사람들이 낮은 이자 수익 탓에 저축을 늘리면서 소비는 줄 것이고, 노후대책에도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핑크 회장은 오히려 금리 정책을 펼치는 중앙은행보다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재정의 역할이 중요해진 건 중국·일본·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문제라고 한 그는 “정부가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인프라 투자 등 확장적 재정 정책을 직접 들고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래리 핑크=캘리포니아대 졸업 후 뉴욕 소재 투자은행 퍼스트 보스턴에서 채권투자 전문가로 이름을 날렸다. 98년 미국 뉴욕 한 사무실에서 8명의 직원으로 블랙록을 창업한 그는 이제 4조7000억 달러를 굴리며 6개 대륙에서 1만여 명의 임직원을 거느린 자산운용사의 수장이 됐다.

홍콩=김영문 기자 ymk080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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