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한·일 그로부터 20년 국교정상화가 무엇을 가져왔나 <8>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한일국교가 정상화된지 20년. 이제 우리 주변에서 생활하고있는 일본인을 보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현재 법무부에 거류 신고된 일본인은 2천3백16명.
한국에 살고있는 일본인들이 보고 느낀 『한국, 그리고 한국과 일본의 문제』를 들어본다.
▲「후루다·히로시」<고전박사·31·한양대 일어일문과 전임강사·체한5년>
한국인이 일본인과 다르다고 느낀 점은「한국인은 사람을 사귀는데 용서를 잘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일본인이 서로 싸움을 했다고 하자. 일본인으로서는 이것으로 그 사람과는 인간관계가 마지막이며 다시 만난다고 해도 결코 서로간에 대화를 하지 않게 된다. 하지만 한국인은 몇번 싸웠다고 해도 다시 만났을 때는 『함께 식사나 합시다』 라며 함께 밥을 먹고 웃으며 지내게된다.
이같이 「사람을 용서한다」고 하는 마음의 대범함이 대단한 것이다. 한국인은 곧잘 일본인이 솔직하지 않다, 더 심하게 말해 거짓말장이다 라고 한다. 왜일까,.그것은 일본인은 한번 싸우면 지금까지의 모든 교제가 끝나는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싸움을 하지 않기 위해서도 상대에게 무척 신경을 쓴다.
그래서 말 한마디에도 주의하게되고 상대의 기분이 나쁘지 않도록 말을 골라 쓰려고 한다. 그런 점이 한국인에게는 거짓으로 보일지 모른다.
몇번을 싸워도 웃으며 만나는 한국인의 대범함과 한번 싸우면 마지막이라 생각하는 일본인의 세심함은 서로 어지간히 상대를 알고 사귀지 않으면 생각지도 않은 오해가 생기게 마련이다. 용서를 거듭하면서 자신의 내부에「한」을 눈처럼 쌓아가는 한국인과「용서하고 싶다」 면서도 결코 용서하지 않는 일본인의 결벽 (潔癖) 함에 대한 이해가 양국의 이해를 위한 열쇠가 아닐까 나는 생각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